가파른 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내년 초까지 M&A 난항 예상
'희망 매각가 3조원' 롯데카드, 당분간 기업가치 보전과 실적 성장 집중
전략 상품을 통한 회원확대로 이용 효율 중심의 신판 사업 확대 및 본업 경쟁력 강화
관건은 리스크 관리···롯데카드 "리스크 및 크레딧 관리 최대 역점, 건전성 지표 양호 유지"

롯데카드 당기순이익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카드 당기순이익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롯데카드 연내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가파른 금리 인상과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해 내년 초까지 사실상 인수·합병(M&A)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각 절차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희망 매각가로 알려진 3조원이 너무 높다는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롯데카드는 기업가치 보전과 실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고평가라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고위험 상품으로 지목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확대해 몸값을 키운 롯데카드의 전략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초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9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바 있다. 하나금융그룹 등 복수의 기관들이 참여했지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유력 인수 후보 우리금융그룹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흥행 실패라는 평가다.

롯데카드는 수년간 금융사업(비카드사업)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수익을 다변화시켰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의 외부 악재에도 안정적으로 순익을 창출했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 517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414억원을 기록하며 5배 가량 증가했다. '로카 시리즈'라는 대표 브랜드도 선보였을 만큼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고금리·고인플레 상황에서는 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카드업계 업황도 좋지 않은 데다 추가 성장 여지도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의식하듯 롯데카드는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롯데카드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0% 증가한 2718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상반기 순이익은 17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2% 급증했다. 이와 같은 실적 개선의 비결은 그동안 신용카드사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체력을 보강하는데 주력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여진다.

먼저 신용카드업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카드자산의 성장이 컸다. 지난 3분기 롯데카드 카드자산은 13조 6374억원으로, 지난해 11조 7217억원보다 약 16.3% 가량 증가했다. 카드자산 중 신용판매 카드자산이 23.9%나 증가했다.

특히 '세트카드'라는 신개념을 도입한 '로카(LOCA)시리즈'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며 3분기 기준 누적 237만명을 유치 하는 등 전략상품을 통한 회원확대로 신판사업의 성장을 이끌며 이용효율 중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여기에 수익성 중심의 상품운영, 프로세스혁신을 통한 비용효율화로 수익성 지표 역시 개선됐다.

지난 3분기 기준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1.09, 6.89로 MBK 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지분을 확보했던 2019년 말 기준 수치(0.11, 0.57)를 모두 큰 폭으로 상회했다.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쏟으며 자산건전성 개선 지표를 개선했다.

MBK 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인수 이후 리스크 및 크레딧 관리에 가장 역점을 두고 강화해 왔다. 통합 리스크 관리 및 조기 경보체계가 수립돼 월별로 꼼꼼하게 모니터링되고 있으며 리스크 변별력 및 대손비용에 대한 장단기 예측력을 강화했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 대비 시나리오별 대응 체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실적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도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94%로 전년 동기(1.14%) 대비 0.2%포인트 낮아졌고 고정이하 채권비율도 0.88%로 전년 동기대비(1.04%) 0.16%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모두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로카시리즈 누적 237만 유치 등 전략상품 중심의 이용회원수·효율성 증대, 리스크 관리강화 전략에 기반한 자산건전성 개선, 지속적인 운영효율성 제고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며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 및 신판·금융사업에서의 수익성 제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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