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물량 대비 동·호수 배정 불리, 전매제한·실거주 의무기한도 적용
조합원 물량은 추가분담금 리스크···실수요층 제3의 대체 단지 ‘기웃’ 부쩍 늘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둔촌주공 일반분양 청약과 입주권 취득, 타 단지 매수 등 장단점 비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청약일정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해오던 수요층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년 간 일정이 밀려 오랜기간 대기해 온 물량이지만 주택시황 추이를 봤을 때 인근 아파트 시세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반해 고정값인 분양가는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오는 25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내달 5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일정에 돌입한다. 3.3㎡당 평균분양가는 3829만원으로 책정됐다.

◇전매제한 최대 10년·실거주 의무기한 5년 가능성 커

해당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다. 현재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을 비롯 총 18개 자치구 내 민간택지에서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사업장은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로부터 분양가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이와 함께 전매제한도 적용된다.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인 주택은 당첨일로부터 10년 동안 전매가 제한된다. 실거주 의무기한도 최대 5년이 적용된다.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야 알겠지만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해당 사업장의 청약 당첨자는 전매제한 10년 적용과 실거주 의무도 5년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하는 것이라도 발령 등의 문제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일 때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시세대비 80% 미만의 값으로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분양가는 13억원을 초과한다. 때문에 이달 10일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차원에서 내놓은 중도금 대출 상한선 완화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종전에는 중도금 대출이 분양가 9억원 미만에만 적용됐으나 이르면 다음달부터는 12억원 미만까지 확대된다.

이 같은 까닭에 청약을 준비해오던 대기수요도 대체제와 비교하며 망설이고 있다. 둔촌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청약 준비를 해오던 이들의 문의가 많다”며 “최근 집값 낙폭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마냥 저렴한 편은 아니라 고민하는 듯 하다”고 밝혔다.

◇전매제한 없고 동호수 좋은 ‘입주권’ 또는 대체 단지 고민 부쩍 늘어

일반분양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대체제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조합원의 입주권 취득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제 37조에서는 착공일로부터 3년 이상 준공되지 않은 경우, 3년이상 소유한 조합원에 한해 예외적으로 지위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둔촌주공은 중도에 공사를 중단하면서 준공일자가 늦어진 만큼 착공시점으로부터 3년 되는 내달 3일부터 입주권 양도가 가능해지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조합원은 사업 시행 주체이기 때문에 동·호수 등 선호도 높은 매물을 일반분양자보다 먼저 배정받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해당 사업장의 경우 내년 1월 만기가 도래하는 차환을 일반분양자들의 계약금으로 막기 위해 일반분양을 조합원 동호수 추첨보다 먼저 진행한다. 대신 RR(로얄동, 로얄층) 등 선호매물은 조합원 물량으로 우선 빼놓고 비선호 매물을 일반분양으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매와 실거주 기간에 대한 규정이 있는 일반분양 물량과 달리 조합원은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도 자유롭다. 현재도 미리 매물로 내놓은 조합원의 입주권 물량이 상당한데 본격적으로 제한이 풀리는 내달 3일 이후에는 더 조합원 물량이 늘어나며 가격 인하 현상이 부각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입주권 역시 단점은 있다. 추가분담금 리스크다. 추가분담금은 준공 이후 정확한 금액이 산정되는데, 앞서 공사 중단시기가 있었고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최소 1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울 동남권 매머드급 단지, 초품아 등의 공통점을 이유로 헬리오시티와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헬리오시티는 약 9500여 세대로 국민평형인 전용 84㎡는 16억5000만원부터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강동구에 있는 둔촌주공 분양가에 3억원만 보태면 송파구 잠실 생활권인 헬리오시티도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울질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매주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로 봐선 내년 이후 시세가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달 초 열린 내년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주택가격이 2.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 가능성이 큰 구축 시세 대비 고정값인 둔촌주공의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역대 최대규모라는 단지의 상징성만으로도 내년 주택시장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며 “둔촌주공이 세간의 우려를 뚫고 청약에 흥행해 그동안의 자금난을 씻어낼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건지 건설업계에서도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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