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차입부채 162.3조원···올해 들어 32조원 증가
기업대출 증가 및 환율 상승으로 차입부채 늘어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채 금리 상승세···조달비용 부담 가중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은행이 외부로부터 빌린 자금이 30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차입부채 규모가 16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급증한 데다 환율 상승 영향까지 겹치면서 은행의 차입부채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차입부채는 총 162조3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30조125억원) 대비 24.8%(32조2901억원) 증가한 규모다.
차입부채는 기업이 운영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수신 상품을 통해 거둔 예수금을 바탕으로 대출, 어음거래, 증권 인수 등의 업무를 진행하지만 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할 경우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차입부채가 지난해 말 17조5245억원에서 올해 3분기 25조4927억원으로 45.5% 급증했다.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차입부채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5% 늘어난 65조3101억원이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차입부채가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높아진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 단가가 오르면서 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채권 시장 위축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709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0.1%(65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지난해 3분기 말 당시 증가율이 8.1%였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때보다 증가폭이 더 확대된 셈이다.
아울러 환율 상승으로 은행들의 외화 차입금의 원화 환산액이 커진 점도 차입부채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3분기 중 환율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9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차입부채는 크게 원화 차입금과 외화 차입금으로 나뉘는데, 외화로 차입했을 경우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되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채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은행의 조달비용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 역시 차입부채에 대한 조달비용을 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 7일 5.107%까지 치솟았다. 은행채 1년물 금리가 5%대에 진입한 것은 2008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조달비용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채의 기존 발행 만기가 돌아오면 이걸 상환하기 위해 은행은 채권을 새로 발행하게 되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채 금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은행들은 이전보다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조달비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달비용 증가로 우려되는 지점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보다는 늘어난 조달비용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10월 코픽스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 역시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인데 이렇게 조달비용 증가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한계차주,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대출 자산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