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1487억원 매출, 전년比 27.7%↑···순환기용제 판매 호조, CSO 비중 늘어
리베이트 재판 하순 예정, 불법임상 재판 2심 개시···최근 82품목 3개월 판매정지도 약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안국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지 8개월 경과됐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 등 경영실적이 호전돼 현 체제가 지라 잡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진행 중인 리베이트와 불법임상시험 재판 결과가 남아 있는 등 오너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오너 대표 체제를 지난 3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안국약품은 당시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 각자대표 체제를 원덕권 사장 단독대표체제로 변경했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안국약품이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대표체제를 가동한 것이다.
이후 적지 않은 변화가 안국약품에서 발생했다. 회사 창업주인 어준선 명예회장이 지난 8월 향년 85세로 별세한 것은 외형적 변화다. 오너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한 원덕권 대표가 회사 현안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년간 리베이트 제공과 불법임상시험 등 사건이 있었고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외견상 조용한 분위기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 대표를 중심으로 회사 내부에서는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흐름이 있다”며 “내부 분위기도 이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회사 분위기는 매출 등 경영실적과도 관련 있다. 안국약품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487억원이다. 전년대비 27.7% 성장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7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1696.6% 늘어난 수치다. 매출 증가의 경우 기존 비중이 높았던 주요품목 판매 호조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3분기 누적 고혈압 치료제 ‘레보텐션’ 등 순환기용제 매출은 48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32.5%를 차지했다. 이어 진해거담제 ‘시네츄라’ 등 호흡기용제 383억원(25.7%), ‘레토프라’ 등 소화기계 185억원(12.5%)이 뒤를 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국약품 매출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과거부터 호흡기용제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레보텐션을 포함한 순환기용제 판매 증가가 눈에 띈다”며 “지난해만 봐도 순환기용제 매출은 전년대비 44.4% 늘고 매출 대비 비중도 38.2%였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최근 안국약품 매출 증가를 CSO(영업대행사) 활동과 연결시켜 분석하기도 한다. 안국약품이 정책적으로 CSO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어 외형 성장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안국약품의 올 3분기 누적 지급수수료는 516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7억원에 비해 급증한 규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지급수수료 상당 부분이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라고 판단할 때 안국약품 외형 성장은 회사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국약품은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심혈관계 ‘AG-1705’ 등 화학합성 개량신약과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또 화학요법 유발성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AG-B1511’과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AG-B1512’, 노인성황반변성 치료제 ‘AMD’ 등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단, 이같은 연구개발이 대부분 전임상이나 임상 1상에 집중돼있어 구체적 성과 여부가 확인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안국약품은 지난 1월 당뇨 치료 개량신약 ‘에이브스정’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현재 판매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국약품이 그동안 매각설만 있었고 진행이 노출되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는 자사만의 품목이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향후 ‘연구개발과 영업력’의 중견제약사라는 평가를 다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와 안국약품이 최근 들어 타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일련의 경영 흐름과 관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안국약품은 지난 8월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선천면역계 활성화 기반 저분자 항암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브이원바이오와 ‘원헬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협약을 맺은 안국약품은 이달 초순 대우제약과 안과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제약과 공동개발은 지난 4월 안저검사 관련 의료기기 ‘VUNO Med-Fundus AI’ 판매를 개시한 안국약품이 안과 시장 입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과 평가에도 안국약품 오너리스크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9년 7월 개시된 리베이트 제공 혐의 재판은 오는 29일 공판기일을 앞둔 상태다. 안국약품 법인과 전 대표가 관련된 이번 재판은 1심 결과가 나오면 파장이 예상된다. 안국약품 전 대표가 1심에서 패소, 항소한 불법임상시험 재판 2심도 시작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리스크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리베이트 제공과 불법임상시험 모두 민감한 사안이어서 안국약품 입장에선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안국약품 82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것도 영향 유무와 관계 없이 경영약재로 분류된다.
결국 올 3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안국약품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보다 객관적 분석과 평가는 내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경영 호재와 악재가 엇갈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러 불리한 영업환경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증대된 경영실적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면 각종 악재 극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