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3사, 작년 적자 1568억
넷플릭스·디즈니·왓챠, 구조조정까지
저가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반전 도모

토종 OTT 3사 영업손실 규모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토종 OTT 3사 영업손실 규모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고 웹툰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 경쟁으로 적자 경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상 콘텐츠 구독 중심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OTT 영역 확대가 가입자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신규 수익원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가입자 이탈이 잦은 OTT 특성상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통한 서비스 확대가 중요하다고 봤다.

15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토종 OTT 3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약 1568억원에 달한다. 티빙 762억원, 웨이브 558억원, 왓챠 248억원 등이다. 전년 대비 각각 약 12.4배, 3.3배, 1.5배 늘어난 규모다. 토종 OTT 모두 서비스 시작 후 흑자를 내기는커녕, 적자 규모만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토종 OTT 중 왓챠는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적자는 토종 OTT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도 가입자 이탈과 실적 하락 등을 이유로 올해 500여명을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OTT 디즈니플러스를 운영 중인 월트디즈니도 올 3분기 실적 공개 직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플러스가 속한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 영업손실이 14억7000만달러(약 2조원)를 기록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디즈니플러스 출시 후 3년간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 손실 누적액은 80억달러(약 10조500억원)를 넘었다.

◇ 광고요금제로 살길 찾는 OTT

OTT들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콘텐츠 투자를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신규 OTT가 시장에 진입하는 등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는 OTT ‘바바요’를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했고 50편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경쟁 사업자 추격에 나섰다.

국내외 OTT들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광고 요금제 도입에 나섰다. 광고 요금제는영상 중간에 광고를 송출하는 대신 기존 요금 대비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4일부터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디즈니플러스도 다음달 8일 미국에서 월 7.99달러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고, 기존 요금제는 10.99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들도 광고 요금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지난 4일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 이미지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지난 4일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 이미지 = 넷플릭스

전문가들은 광고 요금제 도입은 가입자 확대와 광고 수익 창출이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콘텐츠 구독 중심의 경쟁이 지속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패러다임이 한번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고, 그 대안으로 광고 요금제란 방안을 찾은 것”이라며 “광고 모델은 기본적으로 가입자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 유료 구독자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추고 저가 가입자를 늘리면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가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과거에 비해 (기존 서비스에) 광고를 많이 붙여 유료 구독의 가치를 높였다”며 “(광고 요금제 출시로) 유료 구독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비용, 즉 지불의사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 “OTT 지속 성장에 IP 확보·활용도 중요”

단순 영상 스트리밍 중심의 구독 사업에서 벗어나 수익 모델 다각화에 나선 사업자들도 있다. 왓챠는 지난달 13일 기존 서비스 내에 추가 결제 없이 웹툰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왓챠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왓챠 관계자는 “영상과 더불어 웹툰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디즈니는 자체 보유 중인 테마파크와 디즈니플러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IP를 확대·재생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통하고, 같은 IP를 기반으로 놀이기구를 만들어 테마파크 체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디즈니플러스와 테마파크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디즈니샵에서 MD 상품도 구매할 수 있는 회원제 상품 ‘디즈니 프라임’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커머스부문장은 “넷플릭스만 해도 게임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구독료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다양한 모델을 도입한 것”이라며 “OTT 특성상 가입자들이 한 OTT를 평생 쓰는 게 아니라, 금방 다른 서비스로 이탈하거나 중복가입도 하는 상황이지 않나. 가입자 락인을 위해 또 다른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즈니플러스가 우리나라에서 맥을 못 추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1년 6개월 만에 넷플릭스 구독자를 따라잡았다”며 “디즈니 IP의 영향이 컸다. 토종 OTT 중 IP를 확보한 사업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 IP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IP를 확보해야 추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