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의류수출 라이벌···킹달러 힘입어 양사 모두 3분기 최대 실적
4분기·내년 불황에 기능성 의류 전문인 영원무역이 상대적 강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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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글로벌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이 달러 강세 효과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각각 발표했다.

하지만 실적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영원무역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한세실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예상이 잇따라 나오면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4분기와 내년에 걸쳐 불황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영원무역은 기능성 의류 생산에 특화되어 있기에 수요가 비교적 꾸준한 반면 한세실업은 캐쥬얼 의류 전문이라 경기에 따른 민감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 영원무역 vs 한세실업, 역대급 실적에도 대조적인 증권가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은 각각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증권가 예상 실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영원무역은 지난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조1623억원, 영업이익 2759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6.2%, 영업이익은 96.7% 늘어났다. 영원무역의 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치로 증권가 예상을 28%가량 상회하는 수치였다.

한세실업 역시 지난 3분기에 매출 5883억원, 영업이익 656억원, 당기순이익 29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1.3%, 영업이익은 265.9% 늘어난 것이고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세실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역대 최대치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 모두 ‘킹달러’ 효과를 봤다. 이들 같은 OEM 기업들은 주로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에 생산기반을 두고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금은 선진국 기업으로부터 달러로 받고 비용은 동남아시아 현지 인건비와 국내 판관비 등 현지 통화로 대부분 지출되는 구조라 달러 강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효과가 원화 환산 매출을 달러 매출보다 15% 이상 부풀려 보이게 했다”고 분석했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 모두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지만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에 대해 상반된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영원무역에 대해서는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는 반면 한세실업에 대해서는 목표주가를 낮춘 리포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영원무역에 대해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기존 6만4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했고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7만3000원에서 8만원으로 올렸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했다.

반면 한세실업에 대해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기존 2만8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하향했고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2만6000원에서 2만원으로 조정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발표에 앞서 이달 4일 이미 목표주가를 기존 2만7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조정한 상태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 영원무역은 전년동기대비 매출 13.8%, 영업이익은 22.6% 늘어날 것이지만 한세실업은 매출이 –2.6%, 영업이익은 –22%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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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성 의류 vs 캐주얼 니트···경기 민감도 차이 커

증권가에서 상반된 전망을 하는 핵심 근거는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이 주력 생산하는 의류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내년에 걸쳐 불황이 찾아오면서 OEM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영원무역은 상대적으로 불황에 강한 반면 한세실업은 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나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콜럼비아 같은 브랜드를 상대로 한 납품 비중이 높다. 이 같은 아웃도어나 애슬레저 브랜드는 기능성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

오지오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에 대해 “OEM 업황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낮은 복종(스포츠·기능성)경쟁력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과 이익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세실업은 캐주얼 니트 생산 비중이 높고 나이키, 랄프로렌, 아메리칸이글, 애버크롬비앤피치 등을 상대로 주로 납품한다. 한세실업은 미국 월마트·타겟 등 대형마트에 제조업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도 수출한다.

이 같은 특성상 꾸준한 주문보다는 단기성 생산주문이 많은 편이고 소비자들 역시 경기가 불황이면 캐쥬얼 니트 구매를 빠르게 줄이기에 경기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에 대해 “경기 변동 영향이 큰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기에 올해 4분기와 내년에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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