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이자비용 1조2066억원···전년比 52.2% 증가
같은 기간 이자수익 증가율 24.8% 그쳐
조달비용 증가에 저신용자 대출 취급 축소 나서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수신금리가 나날이 오르면서 저축은행의 이자비용 증가폭은 이자수익 증가폭을 넘어선 상태다.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을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은 총 1조2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925억원) 대비 52.2% 증가한 규모다. 지난 3월 말에는 전년 대비 이자비용 증가율이 43.6%였으나 한분기 만에 증가율이 8.6%포인트 확대됐다.
저축은행별로 살펴보면 스타저축은행의 이자비용 증가폭이 저축은행 중 가장 컸다. 올해 6월 말 기준 스타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은 16억5300만원으로 전년 동기(8억300만원) 대비 105.8% 증가했다. 뒤이어 상상인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말 174억5900만원에서 345억1200만원으로 97.6% 증가했으며 유안타저축은행도 1년 새 이자비용이 지난해 6월 말 33억94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64억6400만원으로 90.4% 늘어나며 증가율이 90% 이상을 나타냈다.
저축은행 업권의 이자비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데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수신금리를 올린 점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금리는 5.49%를 기록했다. 연초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연 2% 중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2배 이상 뛰었다. 키움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6%까지 내걸었다.
수신금리 급등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자수익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적었다. 올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4조50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6093억원)보다 24.8% 늘었다. 이자비용의 증가율이 52.2%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수익 증가율은 이자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치솟고 있음에도 이자수익이 이자비용의 증가율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 제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대출금리 인상폭이 제한된 까닭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을 줄이는 등 대출문턱 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개인 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34곳 중 11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까지만 해도 7곳이었으나 4개월 만에 4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저신용 차주는 고신용 차주에 비해 연체 위험이 높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그만큼의 대손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해 저신용 차주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면서 금융사들은 차주의 신용도가 아무리 낮더라도 20% 이상의 금리를 적용할 수 없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신용자 대상 대출의 대손비용이 확대되더라도 금리를 올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해 저신용 대상 대출 취급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그에 따른 이자비용이 증가했다”며 “조달비용이 올라가면 그만큼 대출금리도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축은행 업권의 주 고객층은 중·저신용자라 이미 법정 최고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수신금리를 올린 만큼 대출 금리를 올리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계속해서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선 저축은행도 어쩔 수 없이 수신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