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학계·법조계 등 게임법 획일 적용 경계

사진은 왼쪽부터 남태우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박규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군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차장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왼쪽부터 남태우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박규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군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차장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치권 등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게임산업법을 적용해 규제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존 법 체계로 메타버스를 규제하면 신산업 발전 기회를 놓칠 수 있단 지적이 나왔다. 오는 2030년 3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메타버스 산업 성장을 지속하려면 ‘자율규제’ 적용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14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소, 한국정책학회,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등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메타버스 산업, 그 길을 묻다’ 공동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법 적용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상공간 내 이용자들이 소통을 통해 가상사회를 형성하는 서비스란 점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메타버스 규제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현행 게임법은 모든 게임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도록 규정한다. 등급분류 세부 기준은 선정성·폭력성·사행성 등이다. 도박을 모방한 게임이나 P2E 게임 등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은 등급 분류를 받기 어렵다.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

◇ “메타버스 게임법 적용, 근시안적 접근”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메타버스 분야의 선도기업들조차 개념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5년이 더 필요해 정책 방향은 산업 진흥의 장애물을 해소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며 “너무 규제가 앞서는 현상이 있다. 대표적으로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고 게임법으로 규제하겠단 움직임이 있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 교수는 오는 2030년 국내 메타버스 산업의 경제규모를 최대 300조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정보통신업, 부동산업, 제조업 등 산업 연관 효과를 반영하면 경제규모는 400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교수는 “신산업이 구축되기 위해 무엇보다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뒤에 PD, 편집자, 홍보, 마케팅, 통역가 등이 유기적으로 활동한다”며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 광고주들이 예산을 집행하고 유튜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전문적인 체계가 구성됐다. 현재 메타버스 이용자 대다수가 MZ세대에 편중됐는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콘텐츠 판매, 결제, 광고 등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가상사회를 형성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므로, 게임물과 외견상 유사하단 이유만으로 게임물의 일종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메타버스가 게임물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들여다 보는 것은 이미 메타버스가 게임규제의 적용대상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포지티브 규제원칙의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이는 행정규제기본법에서 정한 규제 해석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해석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김용수 기자
14일 '메타버스 산업, 그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의 종합토론 모습 / 사진 = 김용수 기자

◇ “자율규제 적용 필요···장기적으로는 게임법 규제 완화”

게임법 개정을 통해 비게임형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규제 위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단 주장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게임법상 게임물의 정의를 현재까지 게임산업법의 규제대상으로 봐 이견이 없는 부분으로 한정하고, 그 밖의 콘텐츠에 대해 게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메타버스는 게임규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내용규제나 사행성 규제 측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없다”며 “게임물 등급분류가 적용되면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제가 사실상 면제되기 때문에 오히려 내용규제의 수준이 낮아지는 측면도 있다. 사행성이 문제 되는 경우 사행행위특례법 개정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부터 게임으로 취급받을 이유가 없는 비게임형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해 잠재적인 게임 규제의 위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표준을 고려한 게임 규제 자체의 하향평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게임법상 유통금지, 표시의무 등 규제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김군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차장은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메타버스 활용이 가능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시장 형성기임에도 기존 규제를 적용하려는 규제 관성 때문에 규제 장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한 게임물 규제 적용 시 등급분류 외에도 불법 게임물 유통금지와 표시의무 등 규제를 적용받는데, 이는 국내 기업에만 적용될 수 있어 역차별 우려 또한 존재한다”며 “결국 기존 규제 적용보단 새로운 틀로써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자정작용을 믿고 자율규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