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송파·강남·서초 이어 연내 수도권 MFC 2곳 추가
유통공룡도 퀵커머스 성적 부진···시장 규제 움직임도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메쉬코리아와의 결별한 오아시스마켓이 단독 운영 체제로 퀵커머스 경쟁에 뛰어든다. 국내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인 만큼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앞서 시장에 진입한 유통공룡들조차 현재 정체기에 놓여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마켓은 내년 1분기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퀵커머스 신사업을 가동한다. 서울 강동, 송파, 강남, 서초 등 네 곳의 소규모 물류센터(MFC)를 확보했고 연내 2곳을 수도권에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달 오아시스마켓은 퀵커머스 신사업을 위해 메쉬코리아와 설립한 합작법인 '브이'의 지분을 전량인수하며 단독 운영 계획을 밝혔다. 최근 메쉬코리아의 실적 악화로 인해 서비스 출시가 지연된 영향이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체 배송 인력이 없는 오아시스마켓에겐 위탁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합작법인 설립 당시 메쉬코리아의 '부릉'이 퀵커머스 배송을 전담한다는 전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초기비용을 낮추기 위해 현재 자체 배송보다는 위탁업체에 맡길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도 "업체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퀵커머스 투자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오아시스마켓이 내년 퀵커머스 시장에 진입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장보기가 줄면서 전 세계적으로 붐이 일었던 퀵커머스 시장이 최근 엔데믹 전환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 감소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벤처캐피탈(VC)이 퀵커머스 플랫폼 36곳에 76억달러(한화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반면 올해는 지난달 17일 기준 36억달러(한화 4조7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투자를 받은 곳도 15곳에 불과했다. 

국내 퀵커머스 플랫폼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앞서 퀵커머스 시장에 진입한 유통공룡들의 부진한 성적표도 우려를 키운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2019년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요기요의 ‘요마트’, 쿠팡이츠의 ‘쿠팡이츠마트’도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 4월 이마트가 '쓱고우'를, 지난달엔 GS리테일이 '우리동네GS'를 출시했다. 대형마트와 스타트업 업계가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익을 내는 곳은 현재 없다. 물류센터 투자 비용과 배송 인력 인건비, 마케팅 비용까지 퀵커머스 사업 자체의 고정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아시스마켓은 배송 방식 다양화 등 차별화 전략을 고민 중이다.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아시스로서는 배송 수단과 방식에서 차별화를 둘 수밖에 없다"며 "이륜차와 사륜차 등 수단을 다양화해 다른 퀵커머스 플랫폼보다 배달 시간을 늦추되 많은 양을 배송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퀵커머스는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배송이 완료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를 대폭 늦추고 대량의 상품을 배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의 퀵커머스 시장 규제도 오아시스마켓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퀵커머스가 취급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지역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과 상권 공유할 수 있지만, 퀵커머스 비중이 커지면서 지역 소매점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이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규제 논의가 이어졌다. B마트를 운영하는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국감에 출석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B마트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 김 대표는 상생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한 퀵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코로나19 안정화로 수요가 많이 빠져 사업을 중단하는 곳들이 많다"며 "여기에 과도한 규제까지 더해지면 국내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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