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계약 물량 7363가구···지난해 2698가구 대비 2.7배 증가
부동산 침체에 계약 포기 사례 늘어난 결과···‘줍줍’도 뜨뜻미지근
조정지역해제 14일부터···밀어내기 물량 다수에 청약 결과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 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는 미계약 물량이 치솟고 있다.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가 꺾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수도권에서 분양이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청약 시장이 반등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 부동산 침체에 올 들어 미계약 물량 급증

1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청약접수일 기준) 사이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36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98가구와 비교해 2.7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 완료 후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된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부동산 상승기에선 ‘줍줍’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받은 단지의 가구 수를 중복으로 집계했다.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경쟁률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아파트 미계약 물량 경쟁률은 118.7대 1이었다. 올해에는 44.9대 1로 감소했다. 미계약분은 공급 시점의 분양가로 다시 공급된다는 측면에서 아파트 상승기에는 수요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률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졌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청약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지난해 371가구에서 올해 1573가구로 4배 넘게 증가했다. 경쟁률은 지난해 734.0대 1에서 올해 143.7대 1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5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낸 바 있다. 관악구 신림동에 소재한 신림스카이아파트도 14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지난해 9125가구에서 올해 1만460가구로 늘었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4.8대 1에서 28.8대 1로 하락했다. 규제지역에서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최장 10년까지 재당첨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다만 미계약이 발생한 배경과 입지에 따라서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계약은 미분양과 계약 취소에 따른 주택 재공급 등으로 발생한다. 통상 수년 전 분양 시세와 유사하게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재공급에 따른 미계약 물량이 인기를 끈다.

지난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무순위 일반공급 청약이 대표적으로 1가구 모집에 총 3만1780명이 몰렸다. 이 가구의 분양가는 2019년 최초 분양가와 비슷해 주변 시세보다 최소 4억원 이상 저렴했다.

◇ 규제지역 해제 이후 시장 주목···내주 6754가구 분양

아파트 청약시장이 회복될지는 다음 주부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수도권을 오는 14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까닭이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부동산대출규제, 재당첨제한, 취득세 중과, 양도세 감면을 위한 실거주 의무,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이 완화 또는 해제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에는 전국 15개 단지에서 총 9567가구(일반분양 6754가구)가 분양을 시작한다. 부동산R114는 규제지역 해제 이후로 분양 시기를 미뤘던 물량이 이번에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곳에서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동탄파크릭스’, 대전 서구 용문동 ‘둔산더샵엘리프’ 등의 청약이 주목된다. 이밖에 서울에선 오랜만에 민간 택지 신규 분양이 나오는데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VIEW롯데캐슬’, 강동구 둔촌동 ‘더샵파크솔레이유’ 등의 청약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한편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반등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월 26일부터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평택·안성·파주·동두천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우 집값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9월 말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경기도 안성시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0.26% 하락했고 평택시와 파주시 역시 각각 0.28%, 0.73% 하락했다.

아파트 미계약 건수가 올 들어 증가한 가운데 조정지역 해제 이후 청약 시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 속 지역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미계약 건수가 올 들어 증가한 가운데 조정지역 해제 이후 청약 시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 속 지역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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