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대표·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알팔레 투자부 장관과 만나
사우디 수조에서 수백조원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핵심적인 인물
이달 17일 방한하는 빈살만 왕세자와 국내 기업과의 만남도 성사될 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친환경 미래 신도시인 ‘네옴시티’ 개발과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사업 협력을 위해 사우디의 금고지기라 불리는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다.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서 이 같은 공들이기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최근 방한한 알팔레 장관과 만나 사업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정 대표와 알팔레 장관은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아람코가 추진 중인 합작조선소와 엔진 합작사의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 또 사우디의 실질적 리더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왼쪽)과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오른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HD현대 대표(왼쪽)와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오른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알팔레 장관과 국내 기업의 만남은 이뿐만이 아니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대한전선은 지난 11일 알팔레 투자부 장관과 만나 대한전선이 추진 중인 사우디 초고압케이블 생산 법인을 포함 사우디 현지에서의 중장기적인 사업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하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앞선 지난 10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가 ‘한·사우디 비즈니스 워크숍’을 개최하며 국내 기업들의 사우디 진출을 모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선 에너지, 인프라 등 메가 프로젝트 분야의 사우디 주요 기업들이 참석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양국 100여 개 기업이 구체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와의 연결고리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네옴시티가 꼽힌다. 네옴시티는 빈살만 왕세자가 ‘탈석유’ 경제 전환을 위해 계획한 친환경 스마트도시 건설 사업이다. 사업비만 5000억달러(712조원)로 국내 기업들이 수주에 성공할 시 실적 증대 기대감이 크다. 사우디는 여기에 12조원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알팔레 장관은 사우디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있어 중요한 인물로 꼽힌다. 알팔레 장관은 빈살만 왕세자가 실질적 주인으로 있는 아람코에서 최고경영자를 지낸 바 있으며, 사우디의 핵심 부처 중 하나인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가 장관으로 있는 투자부는 현재 사우디의 개발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사우디 프로젝트의 수주 기대감은 투자 시장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대규모 수주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주들이 테마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네옴시티와 관련해 수주 실적이 있거나 협의 중인 기업의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우디 핵심 인물과의 만남이 향후 수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수조에서 수백조원대 개발인 만큼, 글로벌 곳곳에서 사업 협력을 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17일 방한할 것으로 예정된 빈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이 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대 그룹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빈살만 왕세자가 3년 전 방한했을 때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중동 지역 개발과 인연이 깊은 만큼 이번 역시 협력 사례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빈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이 같은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