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 한미FTA 서면 통지 여부 정보공개청구에 ‘부존재’ 답변
정부 “차별요소 해결해 달라” 의견서 냈지만, 국제법상 권한 갖는 문서 아냐
송 변호사 “한미FTA 위반 명백···‘규범통상’ 바이든 행정부 논리 이용해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빼기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80일 지났지만,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미국에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위반’ 법적 통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미 행정부와 실무협의를 통해 양자간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국제법상 국가로서의 권한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고유권리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의 한미FTA 위반 사항에 대해 미국 측에 서면통지를 한 사실이 있는지 산업통상자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부존재’ 통지를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그동안 송 변호사는 미국의 IRA 발효가 한미FTA의 ‘내국민 대우 조항’ 위반이며, 이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서면통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미FTA 규정상 문제 제기를 위해선 한미FTA나 WTO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송 변호사는 “IRA가 한미FTA 위반이라는 점에서 아무런 의문이 없다. 다양한 전문가들도 한미 FTA위반이라고 본다”며 “한미FTA는 위반 사항에 대한 서면통지와 시정을 위한 협의진행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아무런 법적 통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정부가 IRA 하위 규정에 대한 의견서를 마련해 미국에 제출한 것을 놓고도 송 변호사는 “정부의 의견서는 미국의 한미FTA 위반과 관련된 법적통지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제법상 국가가 가진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일반인 등 누구나 참여가능 한 의견 제시로 갈음한 것은 사실상 한미FTA 절차 포기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월 WTO 제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 정부는 1단계인 ‘협의 요구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송 변호사는 부연했다.
그는 “미국은 닛산, 볼보, 아우디, BMW 등의 일본과 유럽 자동차 메이커를 전기차 세제감면혜택 대상 목록에 포함했다”며 “규범에 기초한 통상(Rule-based trade)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논리를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한미FTA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IRA의 핵심 내용인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와 관련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조립되는 전기자동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내용과 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미국 재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미국의 조치가 호혜적 또는 보복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밝히며 보복 조치 시행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