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기 LGU+ AI·데이터사이언스담당 상무

전병기 LG유플러스 AI·데이터사이언스담당 상무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 LG유플러스
전병기 LG유플러스 AI·데이터사이언스담당 상무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 = LG유플러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LG유플러스가 지향하는 것은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추천 기술을 통해 고객마다 다른 결과를 제공하는 것, 많은 고객들이 LG유플러스의 서비스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병기 LG유플러스 AI·데이터사이언스담당 상무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시사저널e와 만나 “액션영화라고 해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화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겠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74년생인 전 상무는 포항공과대 전자·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SK텔레콤 플랫폼기술원, SK플래닛 머신인텔리전스 랩과 데이터테크그룹, 이베이코리아 AI 랩 등 주요 IT 기업을 두루 거쳤다. 통신 분야 AI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11월 LG유플러스에 합류해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산하에서 음성과 언어·검색·추천·예측 등 핵심 AI 엔진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AI·데이터사이언스 조직을 이끌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의 AI와 데이터 관련 개발 인력은 약 170명이며, 이 중 전 상무가 이끄는 AI·데이터사이언스 부서 규모는 80여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플랫폼 기업 전환을 통해 ‘유플러스 3.0’ 시대를 열겠단 비전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통신 사업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 기반 플랫폼과 서비스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단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통신 기반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 케어, 웹 3.0 등 4대 플랫폼 중심으로 신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인공지능(AI) 서비스 통합 브랜드 ‘익시’를 공개하면서 4대 플랫폼 가동이 본격화했다. 회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야에서 실적을 낼 계획이다.

다음은 전 상무와의 일문일답.

- SK플래닛, 이베이코리아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LG유플러스의 장점과 아쉬운 점

LG유플러스의 강점은 AI 사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잘 갖출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단 점이다. 예컨대 ‘데이터 레이크(원시 형태의 대규모 데이터가 저장된 시스템)’를 구축했는데, 이곳엔 LG유플러스 고객의 식별·비식별 데이터가 잘 분류돼 축적돼 있다. 이전 같으면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려고 해도 환경을 구축하고 분석하는 데까지 리드타임이 길었다. 지금은 신청하면 몇 시간, 적어도 하루 내에 원하는 환경을 자동으로 구축할 수 있다.

또 이베이코리아는 커머스에 특화돼 있어서 그 분야에 한정해서 (기술을 적용) 했는데, LG유플러스는 서비스가 많고 파생서비스가 계속 나올 것이란 점에서 데이터를 잘 갖춰가면서 자체 기술을 적용하는 데 따른 잠재력이 더 크다고 본다.

다만 그간 주로 다른 기업과 제휴를 통해서 사업을 추진해왔던 게 단점이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려고 해도, 파트너사들이 기술을 개발하다 보니 내부 로드맵에 우리 요구사항을 끼워 넣어 대응하기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상황에서 LG유플러스에 합류했고, 자체 기술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갔으면 좋겠단 차원에서 기술 투자와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제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 LG유플러스 사업 중 AI 기술이 접목된 분야는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에서 AI 승부예측을 제공하는 등 신규 플랫폼에 AI 기술들을 적용하는 데 집중했다. 셋톱박스도 기술 적용 협의는 다 돼 있고 익시 브랜드만 적용하면 된다. 챗봇도 LG유플러스의 대표 캐릭터인 ‘무너’ 아이콘이 적용됐지만, 전사적으로 대표 캐릭터와 (익시를) 어떤 방식으로 통합·반영할지 논의 중이다. 스포키는 예측의 정확도보단 같이 즐기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의 승부 예측 수준이 45% 정도인데, 내부 예측 정확도는 그보다 높다.

예측 기술이 스포키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네트워크 부분의 장애 예측에도 쓰고 있다. 장비 데이터,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비 이상신호를 미리 판단해 장애 알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유선망에 대해서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엔 무선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 KT가 지난달 IPTV 브랜드를 개편하면서 AI 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을 소개했는데, U+TV에 적용된 AI 추천 엔진과 기술 수준 차이는

작년에 IPTV와 아이들나라를 설계할 때 추천 플랫폼을 같이 설계했다. 우리도 이미 작년부터 설계했고 개발에 몰두했다. 기술 수준은 같은 데이터로 대결하지 않는 이상 순위를 매기긴 어렵지만 LG유플러스의 기술은 높은 수준이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보단 고객의 사용 패턴에 따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설계했다. 즉 여러 알고리즘이 경쟁해 더 관심있는 것을 클릭할 때 그에 적합한 로직이 실행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은 이같은 틀을 더 강화하면서 알고리즘을 추가하는 것이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도 추천 영역에서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6월 업스테이지와 ‘AI 기반 콘텐츠 검색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통 찾고 싶은 콘텐츠 키워드만 검색한다. LG유플러스는 그런 경험을 바꾸고자 했다. 어떻게 하면 ‘비오는날 분위기 좋은 영화’와 같은 감성어를 통해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을지를 보려고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현재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이를 UX 측면에서 어떻게 접목해야 많이 쓸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키워드 추천 방식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감성어가 영화 리뷰에 기반하지만 얼마든지 다른 분야로 확장도 가능하다. 내년 상반기엔 서비스 출시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술이 갖춰져 있어도 실제 상용 시점은 사업부와 신규 셋톱박스를 개발하는 CTO 조직 등과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 좋은 결과물이란

AI는 영화에 대한 리뷰 등 데이터를 가지고 감성 태그를 추출하는데, 기존 제작사에서 제공하는 키워드 대비 3배 이상 풍부해졌다. 예를 들어 기존엔 ‘비오는 날 보고 싶은 영화’라고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기술 적용 후 검색 결과가 잘 도출됐다.

- AI가 활용하는 데이터 출처는

우리와 사업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콘텐츠 데이터를 활용했다. 지금은 VOD 콘텐츠 위주이지만 향후 제휴된 미디어 콘텐츠 외 스포츠 또는 LG유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도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구독 서비스 관련 제휴사를 통해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지향하는 것은 AI 기반 검색, 추천 기술을 통해 고객마다 다른 결과를 제공하는 것, 많은 고객들이 LG유플러스의 서비스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액션영화라고 해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화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겠단 것이다. 이것이 CDO 조직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보면 된다.

전병기 LG유플러스 AI·데이터사이언스담당 상무 / 사진 = LG유플러스
전병기 LG유플러스 AI·데이터사이언스담당 상무 / 사진 = LG유플러스

- 지금까지 LG유플러스 전체 상품 및 서비스 중 CDO 조직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뽑는다면

내부적으로 콘텐츠 클릭률(CRT)을 보고 있는데 추천 기술을 넣고 나서 해당 지표가 좋아졌다. 전에 근무한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노출된 상품이 실제 구매로 이어졌는지를 볼 수 있는 ‘컨버전(전환)’ 비율이 중요지표다. 돈을 버는 관점에서 컨버전 지표가 좋아야 하고, 고객 경험 개선 관점에선 CTR이 좋아야 한다. 컨버전을 높이고 매출을 높이려면 비싼 콘텐츠를 노출하면 된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 손해일 수 있다.

지난 10일 아이들나라 신규 기능이 적용된 셋톱박스 배포가 끝났다. 프로필 등록이 늘어나면 클릭한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별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다. 다만 매출을 중요하게 볼 것이냐,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할 것인지는 사업적으로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

- LG유플러스 인공지능콜센터(AICC)에 적용된 기술 수준과 향후 전략 방향

AICC 사업은 구축형과 클라우드형으로 나뉘는데 이 중 구축형은 그룹차원에서 원팀으로 가기로 해서 LG CNS와 함께 공략하고 있다.

클라우드형은 현재 소상공인 대상 콜봇 서비스 ‘우리가게 매니저’가 출시를 앞뒀다. 우리가게매니저 서비스를 별도로 추진하되, 클라우드형 AICC 사업을 그룹의 AI 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초거대 AI ‘엑사원’과 어떻게 결합할지 등을 두고 사업부와 논의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 사업적으로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추진해 나갈지 연간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 KT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등에 투자해 GPU팜을 구축 중이고, SK텔레콤은 사피온을 자체 개발하는 등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펀드를 모아서 AI 연구원에서 인프라를 갖추고 이를 계열사가 쓸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것은 그룹에서 진행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기계학습 상용 적용(ML-Ops) 플랫폼’도 구축해 고도화하는 중이다.

GPU 시장을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다 보니 SK텔레콤은 독자적인 칩을 활용해 GPU팜을 구성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가 있으니 협력이 가능한 것이지만, 칩 하나를 만든단 것 자체가 큰 투자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큰 투자는 지주사에 맡기고 내부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을 보고 있다.

- LG유플러스의 중장기적인 AI 기술 개발 지향점

AI가 잘 되기 위해 인프라, 인력 및 기술, 데이터 등 3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느 것 하나가 뒤처지면 힘들다. 우리가 채용을 확대하는 것은 다양하게 나올 스타트업 형태의 사업 및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인프라는 ML-Ops 플랫폼 하에서 GPU에 얼마나 투자할지, AI 연구원의 엑사원과 어떻게 연동할지가 중요하다.

또 LG유플러스는 데이터에 계속 투자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잘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키처럼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이 확장된다면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기존의 서비스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CDO 차원뿐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 이같은 3가지가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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