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건축심의 통과 이어 목동 지구단위계획 지정안 통과
투기수요 유입 차단 여전···시장 전반 하락세 반전시키기엔 한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올 들어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는 물론 여의도 공작아파트, 목동 14개 단지가 있는 곳에 대한 정비사업 기반이 마련된 영향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구단위계획안은 개발이 필요한 일부 지역을 세부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정한 구획정리계획으로, 개발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1~14단지까지 총 14개 단지 2만66629가구는 향후 최대 300%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최고 35층 높이의 5만3000세대 규모의 신축 단지로 구성된다.
시는 목동 뿐 아니라 서울 내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단지들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는 올해 2월 지난 6년간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잠실5단지는 오세훈표 재건축 정상화 1호 사업장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이 단지는 현재 3930가구에서 재건축 후 최고 50층을 적용받아 6800가구로 늘어난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도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이 단지 역시 2018년 심의에서 보류된 이후 4년 만에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현재 12층 373가구인 공작아파트는 향후 용적률 489.89%를 적용받아 최고 49층, 총 582가구로 증가하게 된다. 최고 49층 높이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여의도에서 첫 통과 됨에 따라 이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달에는 재건축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안도 19년 만에 시 도계위 심의를 통과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용적률 최고 250%를 적용받아 최고 35층, 33개 동 5778세대 재건축된다. 이달 초에는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도 확정됐다.
이처럼 서울의 재건축 시장을 이끄는 주요 단지들이 다음 절차로 발을 내딛으면서 노원구 등 그 외 정비사업 추진단지가 많은 동네도 시장에 활기가 생길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비계획안 통과가 집값 상승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자체의 심의 통과에 이어 다음 달에는 국토부가 안전진단 완화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까지 했지만, 가파른 금리인상 등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심의 통과로 앞서 언급된 단지들이 있는 잠실동, 대치동, 여의도동, 목동 모두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여 실거주 의무조항이 있는 만큼, 투자수요 유입은 차단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은 본래 주택시장이 좋을 때 하는 것이므로, 오늘과 동일한 내용이 작년에 나왔다면 가격에 바로 반영되겠지만 지금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여전히 정밀 안전진단, 재초환처럼 기존의 정비사업 저해 요인들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으니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