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냉각에 LTV 등 대출규제 완화···DSR 유지에 고소득층 혜택 집중 ‘지적’
“LTV·DSR 완화 보조 맞춰야”···DSR 유지 속 저소득층 타깃 정책 금융 강화 조언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방향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풀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그대로 두면 고소득층이 정책 혜택을 독점하게 된단 것이다. DSR도 LTV 완화 수준에 맞춰야 한단 지적과 함께 가계 부채를 감안해 DSR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 지원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경우 그동안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가격 9억원 이하에 40%를, 9억원 초과분에는 20%를 각각 적용했으나 다음달 1일부터는 집값에 상관없이 50%로 단일 적용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하고 청약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한도를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대출 규제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DSR은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 규모를 결정하는 제도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2019년 12월에 도입됐으며 1금융권 기준 한 달에 납부할 원금과 이자가 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LTV 규제를 완화하면서 DSR은 그대로 두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단 지적을 내놓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0~40년 대출을 받는 사람이 그 기간 동안 계속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상당수는 그 집에 살다 대출을 갚기 전 집을 팔거나 이동하게 된다”며 “LTV를 완화하면서 DSR을 강화하면 소득이 높은 사람만 대출을 많이 받고 소득이 낮은 사람은 대출을 적게 받게 돼 양극화가 심해진다. DSR 규제를 좀 더 완화해 LTV와 보조를 맞추는게 맞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DSR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 측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소득 대비 대출 규제가 저소득층이나 소득 증빙이 안되는 주택수요자에게는 굉장히 불리한 제도”라며 “지금 정부가 LTV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계속 해제하고 있는데 결국 그 혜택은 DSR 규제를 덜 받는 고소득자 위주로 혜택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 수요자의 변제 능력을 소득만으로 판단하는 게 비합리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DSR은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규제를 하는데 변제 능력은 자산의 형태 등 여러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소득은 없는데 다른 자산도 있을 수 있다. 부동산이 많이 있으면 변제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DSR 규제는 주택에만 적용되고 빌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서 교수는 “DSR은 모든 부동산 대출에 적용해야 형평성에 맞는데 주택 수요 억제 정책으로 활용하다 보니 주택에만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DSR 완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란 진단이 나온다. 권 교수는 “지금 가계부채가 1850조원이 넘고 주택담보대출도 약 1000조원 수준이라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규제를 완화해선 안된다”며 “하지만 지금은 금리가 크게 올라가고 있기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고 있어 거래가 사라졌다”고 했다. 

서 대표는 “LTV를 완화할 때 DSR도 함께 완화하는 연동제로 가져가야 일반 수요자들이 대출받는데 수월하다”고 했다.

DSR 규제를 유지하되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금융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단 해법도 제시된다. DSR이 가계부채나 금리 상황을 고려하면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주택자금 마련 부분에 대한 역차별 문제, 부동산 시장 및 건설 경기의 경착륙 완화만을 목적으로 해제하는 건 치우친 결정일 수 있단 분석이다. 

김 소장은 “DSR을 계속 유지하려면 대출에 불리한 무주택자, 저소득자에 대한 저금리 재정지원 상품 등이 지원돼야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며 “지금은 지원 재정 규모도 제한적이고 상품도 많이 구비된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총량 관리, 상환 능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절차상 저소득층이 자금 준비가 어려워져 주택 마련에 있어 불안정에 처할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저금리 장기 모기지가 구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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