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전 세계 벤처투자, 2년 만에 '최저' 수준
중기부, 해외 자금 유치 속도···"공동펀드 규모 확대"
컴업 찾은 사우디 투자부 장관···한국과 펀딩 조성 논의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올해 활황에서 불황으로 접어드는 대조정시기가 지나면, 전 세계 벤처투자 업계가 관망을 마치고 투자를 재개할 겁니다."

올들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벤처투자 자금이 쪼그라들자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대조정시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망이 끝난 후 내년부턴 전 세계적으로 해외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부도 해외 자금 유치를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 강화에 나섰다.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 2022’에서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과 전망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해온 글로벌 벤처 자금 규모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규모(1782억달러)를 찍은 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배경에서다. 

◇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 2년 전 수준으로↓···"불황기 접어들면서 VC업계 관망 이어져"

글로벌 벤처 펀딩 규모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벤처 펀딩은 745억달러(한화 102조원)로 2분기(1126억달러)보다 34% 하락했다. 2020년 2분기(602억달러)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 탄생한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 141개에 달했지만, 올 3분기 25개로 급감했다.  

글로벌 신규 유니콘 기업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날 연사로 나선 진윤정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상무는 "올해는 활황기에서 불황으로 접어드는 대조정시기"라며 "올해는 이미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질 것으로 파악했으니, 내년부턴 스타트업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 설립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벤처캐피탈(VC) 자회사로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1조8000억원 이상의 운용자산으로 지난해 900억원의 매출, 6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진 상무는 "전반적으로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인도처럼 평균 나이가 30세인 동남아 시장으로 자금이 많이 몰렸다"며 "동남아 시장 VC들이 아직 돈을 풀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데, 내년 2~3분기엔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올해는 관망하는 시기로 보냈고,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며 "폭풍우를 이겨낸 테크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기부, 해외 자금 유치 속도···"사우디와 공동펀드 조성 기대"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여러 국가들과 공동 펀드를 결성하는 등 해외 자금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모태펀드가 해외 VC와 함께 조성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를 내년까지 8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미국 중심에서 중동, 유럽 등으로 조성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특히 중동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스타트업 서밋'을 다녀온 이영 중기부 장관은 한미 공동펀드 조성을 중동 '오일머니'를 활용한 투자금 유치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날 컴업 행사에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알팔레 장관은 올해 한국과 사우디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한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날 양국은 기존 정책교류에서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모태펀드 기관 간 공동 벤처펀드를 조성해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교류 및 공동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에서다. 중기부는 중동의 풍부한 자본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자금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협업 방안을 적극 모색할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 사우디는 에너지, 인프라, 네옴시티(스마트시티 조성 프로젝트) 등 메가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107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계획이 포함된 '글로벌 공급망 회복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10일 서울 DDP에서 열린 '컴업 2022'을 찾은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이 스타트업 부스를 둘러보며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최근 국가 산업 디지털화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나선 사우디는 국내 혁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알팔레 장관은 중기부와의 면담 후 이 장관과 함께 컴업 참여 기업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메타버스 전문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 증강현실(AR) 스마트글래스 기업 '레티널', 프롭테크 기업 '씨드앤', 그리고 현대자동차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부스를 찾았다.

이날 알팔레 장관과 함께 컴업을 방문한 사우디 당국 관계자는 "컵업을 둘러보니 우리도 내년 앞두고 있는 스타트업 행사에 참고할 게 많다”며 “알팔레 장관은 내년 우리 행사에 여러 한국 스타트업들을 초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알팔레 장관이 직전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만큼 에너지나 스마트시티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디지털 전환 정책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NFT 등 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해당 분야에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알팔레 장관은 ”사우디도 4년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가 6배 성장했다“며 ”한국에서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이 사우디를 발판으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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