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과천, 성남(분당구·수정구), 하남, 광명 제외 수도권 대부분 지역 규제지역서 해제
금리인상 랠리 마무리 전까진 매입의지 여전히 낮을 것 전망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경기도 네 곳과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세종 등 수도권 40곳에 대한 규제가 풀렸다. 수개월 간 주택 거래절벽과 함께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해 정부가 규제 완화책 실현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무주택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50% 일원화 및 주택담보대출 15억원 초과 허용 시점도 앞당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 중 하나인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방안도 내달 초 조기 마련한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자금경색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보증 상품(주택도시보증공사)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PF 보증 발급 확대로 돈맥경화 예방···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국토교통부는 10일 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하루 전 의결한 제4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내용을 비롯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규제지역 조정안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논의된 실수요자 보호 및 거래정상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먼저 이번 심의를 통해 서울, 과천, 성남(분당구·수정구), 하남, 광명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구체적으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에는 경기도 수원과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 등 9곳을 해제했고, 조정대상지역은 경기도 22곳 및 인천 전 지역, 세종 등 총 31곳을 해제키로 했다.
해제 효력은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오는 14일 0시부터 발생한다. 규제 유지 지역은 파급효과나 개발수요, 주택수요 등을 고려해 규제를 유지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이번 주정심의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주택공급기반 위축 방지 ▲실수요자 내집마련 애로 해소 ▲서민·중산층 주거부담 경감 등 3트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는 우선 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한 PF 대출 보증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는 건설사업자가 사업비 일부(통상 30%)를 PF 대출 조달 후 수분양자로부터 납입받는 중도금(통상 70%) 등으로 잔여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미분양 발생 시 유동성 부족으로 공사중단 등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보증 지원이 미흡한 상태다.
이에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을 5조원 규모로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중소형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한 PF 보증도 10조원까지 발급 확대한다. 대상 금리, 주택 유형, 사업자 요건, 심상 방식 등 보증대상 요건도 개편한다.
또, 강력해진 규제로 통과가 쉽지 않았던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평가항목을 조정하거나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형태, 지자체의 배점 조정 권한 부여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초 조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과도한 부동산 대출규제 정상화하고 시행 시기 앞당길 것”
규제 정상화의 일환으로 LTV 규제 완화는 내년 초에서 12월 1일로 앞당겨 시행한다. 규제지역 내 주택 가액별로 차등화돼 있는 무주택 LTV 규제를 50%로 일원화하고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 규제도 해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이뤄진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실수요자 대상 LTV 우대 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한다. 청년전세 특례보증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다.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에 적용되는 별도의 대출한도(2억원)도 폐지하고 기존 LTV·DTI 틀 내에서 관리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에 맞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도 허용한다.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청약은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한다. 예비당첨자수는 가구수의 40%이상에서 500%이상으로 확대한다.
이원재 국토부 제1차관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지역을 선제적으로 적극 해제했다”며 “주택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실수요자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거래 활성화 어려울 것···지금보다 규제완화 속도 높여야”
한편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으로 금리인상에 따른 거래 침체를 되살리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분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당장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적다”며 “이번 조치가 가격하락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어도 반등시키는 효과는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미분양 가구 증가세 차단을 위해 2020년 7월 폐지한 아파트 매입 임대사업자 제도를 재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규제지역 해제로 빠른 거래활력을 기대하기는 여렵다”라며 “규제지역 해제로 청약, 여신, 세제와 관련해 구입 장애가 없어졌다는 것이지 거래 당사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일대 규제지역 해제 외에도 취득, 양도 단계의 세금 중과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경기 호황기 집값 조절 수준으로 활용한 전매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정책들의 빠른 궤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며 정부는 향후 규제완화 속도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금리인상, 하락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현 상황에서 규제지역 해제 만으로 지역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규제 정상화라는 목표에 맞춰 더 일찍 시행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