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기업경영 부담 지적···새정부도 완화 방점 둔 시행령 개편 검토
최근 잇단 참사에 고용부 내 신중론 부상···“SPC 사고, 중대재해 로드맵에 반영할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산업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은다. 그간 정부 내에서는 완화 필요성에 힘이 실려왔지만 최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내에서 법령 완화에 신중해야 한단 기류가 커지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에 있어 최근 재해 사고 부분도 반영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산업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 최고경영자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망사고가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있었으나 과도한 처벌규정과 법적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출범 이후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을 위해 법률과 시행령 개정을 꾀했다. 중대재해감축 로드맵과 연계해 올해 내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법률 개정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단 점을 감안해 시행령 개선을 우선 추진한단 계획이다.

시사저널e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기획재정부 일자리경제지원과가 지난 8월 작성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안’ 문건에는 정부의 중대재해법 완화 기조가 담겨있다. 현행 경영책임자 등 처벌 규정을 완화해 고의나 반복적 의무위반인 경우로 한정하거나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과징금 등 경제벌로 전환하도록 했다.  

중대재해법 적용대상 업종 범위도 축소해 사무직 등 산재 위험이 낮거나 수사가 어려운 해외건설 사업장, 경영책임자가 산안법상 처벌 대상인 50인미만 사업장은 제외했다. 경영책임자 범위에 있어선 개정안에 최고안전담당자가 선임돼 있으면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해당 문건이 논란이 되자 기재부는 공식 입장이 아니란 해명을 내놓았다. 다만, 타 부처에 공식 전달된 문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고 정부 내 대체적인 분위기가 담겼단 분석이 제기된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 담당 국장이 전달한 문건이 기재부 의견이 아니라는 건 황당하다”고 했다. 

실제 기재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대재해법과 관련된 정부 부처들은 대체로 완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대재해법령 소관 부처인 고용부 내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중대재해법 관련 기재부 문건을 전달 받았을 당시에도 고용부 일부에서는 불쾌한 반응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문건을 받았을 당시 내용을 대외에 공개하고 싶었지만 공개할 수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고용부는 시행령 개정이 법령에서 정한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의도일 뿐 법에서 정한 취지를 완화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아니란 입장이다. 기재부가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수용 여부는 고용부가 결정할 문제란 것이다.

특히, 최근 SPC 계열사 사고 등 기업들이 산재 대비에 미흡한 부분이 사회적으로 더욱 부각되면서 고용부 내 중대재해법 완화에 더욱 신중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중 발표하기로 한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이 이날 현재까지 나오지 않으면서 중대재해법을 바라보는 정부 기류가 바뀌는게 아니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로드맵 과제 중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도 있고 관계부처 협의가 좀 더 필요한 부분도 있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맵의 방향은 단순히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아닌 법 기준을 기업이 잘 지키도록 하고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논의해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쪽으로 설계하고 있단 설명이다. 최근 벌어진 산재 사고도 로드맵에 반영하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중대재해법이 규제 완화 일변도로 흐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지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SPC를 비롯한 최근 벌어진 사고 관련해서도 재발하지 않도록 로드맵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로드맵과 별도로 시행령도 따로 검토 중인데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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