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3년 만에 ‘릴 에이블’ 신제품 출시
필립모리스와 1위 경쟁···경쟁사 출시 잇따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KT&G가 4년 만에 신제품 ‘릴 에이블(lil ALBLE)’을 공개했다. 필립모리스와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1위 수성을 자신했다. KT&G와 필립모리스는 현재 점유율 44%대로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릴 에이블이 필립모리스를 넘어 1위 굳히기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9일 KT&G는 신형 전자담배 ‘릴 에이블’을 공개했다. 릴 에이블은 KT&G가 지난 2018년 11월 최초 독자플랫폼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한지 4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릴 에이블은 하나의 디바이스로 3가지 종류(각초형·과립형·액상형) 전용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버튼 하나로 쉽게 디바이스 작동이 가능하고 자동가열, 청소 불편 해소, 3회 연속 사용 등 기존 제품들의 편의기능을 유지했다. 색상은 울트라 블루, 에어리 화이트, 에나벨 레드, 탄 그레이 등 4가지다.
고급형 모델인 릴 에이블 프리미엄은 전용 앱을 통해 메시지나 전화 알림, 날씨 및 캘린더 정보를 확인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 편의성과 제품 차별성을 극대화했다.
KT&G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필립모리스도 지난달 25일 3년 만에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를 출시했다. 기존 아이코스 시리즈보다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것을 특징으로 했고, 소비자들의 개선사항이었던 가열 시스템을 개선해 청소가 필요없게 했다. 스틱을 꽂으면 바로 가열되는 오토 시스템 역시 도입된 상태다.
양사가 나란히 신제품을 내놓은 데는 전자담배 시장 성장성이 높아서다. 전자담배가 인체에 덜 해롭다는 연구결과로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가 늘고 있고, 현 시점은 기존 전자담배 디바이스를 갈아타기 좋은 때로 시장 점유율 확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전체 담배시장 내 비중은 지난 2017년 2.2%에서 올 상반기 14.5%까지 상승했다. 올 상반기 일반 담배 판매량은 15억2000만갑으로 전년 동기(15억4000만갑) 대비 1%가량 감소했지만 전자담배 판매량은 2억6000만갑으로 전년 동기(2억1000만갑) 대비 22.5% 늘었다.
현재 전자담배 시장 1위는 KT&G다. 2017년부터 아이코스를 내세워 부동의 1위를 기록하던 필립모리스를 KT&G가 ‘릴’ 시리즈로 1위 탈환에 성공하면서다. 물론 1위 탈환에 성공했지만 KT&G와 필립모리스의 점유율은 44%로 거의 비슷하다. KT&G의 릴 에이블 성공으로 지금의 성장세를 수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KT&G는 이번 신제품 출시로 시장 점유율 1위 굳히기를 자신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스틱 기준 KT&G는 48%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필립모리스(40%), BAT(10%) 순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KT&G의 릴 에이블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일단 릴 에이블 가격은 11만원, 릴 에이블 프리미엄은 20만원이다. 필립모리스가 내놓은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가 9만9000원, 아이코스 일루마 프라임이 13만9000원이라는 점에서는 가격이 소폭 높다.
릴 에이블 프리미엄의 디바이스가 한 종류로만 출시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릴 에이블은 4가지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출시됐지만 프리미엄은 다소 높은 가격에도 한 종류에 불과하다.
판매처도 KT&G는 편의점에서 릴 에이블 울트라 블루, 에어리 화이트 2종만 판매한다. 프리미엄 제품은 편의점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즉 소비자들이 다른 색상을 원하는 경우 릴 전용 플래그십 스토어인 릴 미니멀리움 또는 전용 온라인 몰 릴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또 최근 KT&G는 주주제안을 통해 일부 운용사들로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 확대를 주문받았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100%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KT&G의 전자담배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10% 수준이다.
임왕섭 KT&G NGP사업본부장은 “전자담배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50%까지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매출 비중이) 100%까지는 아니여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 수요를 KT&G쪽으로 가져온다면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인데 릴 시리즈의 국내 점유율 1위 수성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릴 에이블을 출시하지 않았더라도 릴 하이브리드의 견고한 판매율로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는 문제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KT&G는 주주 제안에서 ‘전자담배 릴 글로벌 전략수립’을 요청받은 만큼 해외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 릴의 해외 판매는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날(PMI)이 담당하고 있고, 계약기간은 내년 10월25일까지다.
현재 KT&G는 릴의 해외진출 국가를 늘리고 있다. 백복인 사장은 취임 이후 KT&G 글로벌본부에 해외법인사업실을 신설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사업에 공을 들인 바 있다. 올해 초 보스니아, 레바논, 포르투칼 등에 릴을 진출시켰고 최근에는 라트비아에서 릴 솔리드 2.0과 전용스틱 핏을 출시하며 해외진출 국가를 31개국으로 늘렸다.
KT&G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해외 진출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2030년까지는 러시아, 일본 시장 위주로 하고 그 다음으로 서유럽과 유라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