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내년 채권 시장 전망 보고서 발간 시작
금리 인상 사이클 마무리될 내년 1분기 말이 기점
시장 환경 변화 속 투자 기회 온다는 목소리도 나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권사들이 내년 채권시장 전망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다만 이후에는 높아진 채권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되레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내년 1분기 금리 인상 사이클 꺾여···이후 시장 안정화”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위기가 올해를 넘어서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채권 시장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 속에서 레고랜드발 단기 금융시장 경색, 흥국생명의 외화채 조기상환 실패 이슈 등이 불거지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증권사들은 우선 내년 1분기를 채권시장의 전환점으로 꼽고 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투자 심리가 반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회사채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디트 스프레드’(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차이)는 이달 4일 기준 149.6bp(1bp=0.01%포인트)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확대된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2023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에서 국내외 압축적인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내년 1분기 말 주요 채권 금리의 고점 형성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채권 투자 심리가 1분기 말부터 회복돼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채권 투자 심리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증권 역시 내년 1분기가 채권 시장의 기점이 될 것으로 봤다. SK증권은 ‘2023년 채권시장 전망:지평선 너머의 내리막’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통화정책 종료 인식 확산과 물가 피크아웃(정점통과) 가시화는 내년 1분기 후반부 안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는 금리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금리는 하락세(채권 가격 상승)로 전환할 것을 예상했다.
증권사들은 이와 함께 개별 기업의 실적과 금융권 부실 이슈가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전이되면서 펀더멘털 부실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크레디트 스프레드의 전반적인 흐름은 내년 1분기 추가 확대 후 2분기와 3분기 축소 흐름을 보이다가 기업들의 실적과 금융권의 잠재 부실 이슈가 본격화되면서 나타날 펀더멘털 차별화 양상에 4분기에는 재차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 “높은 금리 매력···채권 투자 기회 온다” 목소리도
증권사들은 내년 채권 시장의 환경 변화가 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타날 경우 기존에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금리 변동성 확대 주범인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만으로도 투자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높은 신용도에 높은 캐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봤다. 다만 2분기부터 높아질 성장세 약화 우려와 하반기 부각될 금리인하 기대를 고려해 1분기 말부터 점진적으로 듀레이션(잔존만기) 확대 전략에 나설 것을 제시했다. SK증권의 경우엔 장기물 대비 중단기물 금리의 하방 압력 한층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 채권으로 한정해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내년 4분기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지만 확대폭은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크레디트 본연의 캐리(이자 이익) 매력이 기대되는 우량 종목이나 섹터의 투자 기회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 채권과 관련해선 보다 보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기 둔화 및 침체 위험이 본격화될 경우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도는 더욱 약화될 전망”이라며 “국채 금리의 안정 이후 상당한 시차를 두고 크레디트 채권 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며 스프레드 축소 배팅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권고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