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시범, 65층 규모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재건축 신청 단지 초고층 기대감 커져
한남1구역 등 재개발 주민 동의율 70% 넘어
모아타운, 하반기 26개소 추가···사업지 총 64곳
“서울시 의지 확고····주민 개발 의지 강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인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은 순항하는 모양새다. 당장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65층 규모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며 일대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재개발 지역들도 주민동의서 징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높아진 건 서울시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정부의 규제가 느슨해진 지금이 개발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서울시는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비계획안 열람공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2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51년 차를 맞이한 노후 단지다. 기획안에 따르면 시범아파트는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여의도 내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층수를 갖게 된다.
시범아파트를 비롯한 여의도 재건축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랜 기간 재건축을 준비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8년 이른바 ‘여의도 통개발’ 논란으로 집값이 들썩이자 사업 추진이 보류됐다. 당시 박 전 시장은 2018년 7월 여의도와 압구정을 묶어서 통개발하는 구상안을 내놨다. 이후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10개월 만에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하게 됐다.
신속통합기획은 오 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 중 하나로 핵심 민간 정비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인·허가 절차 등을 단축하도록 규제 완화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건축·교통·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한 번에 받을 수 있고, 정비사업 소요 기간이 기존 5년에서 2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시범아파트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단지로 선정된 한양아파트(준공 1975년·588가구)와 삼부아파트(1975년·450가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광장아파트(1978년·744가구)도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하기 위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
재개발 지역에서도 신속통합기획 신청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공모에서 탈락한 후보지들이 재도전에 나섰다. 서울 광진구 자양 1· 2구역은 자양4동으로 구역을 통합해 2차 신속통합기획 공모를 신청했다. 통합재개발 추진 준비위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 1467명 중 신속통합기획 참여에 동의한 소유자는 모두 1058명으로, 동의율은 72.1%에 달한다. 공모 신청 요건인 동의율 30%의 두 배가 넘는 동의율을 확보한 셈이다. 용산구 한남1구역과 서계동 역시 70% 안팎의 동의율을 바탕으로 신속통합기획에 재도전했다.
서울시는 이번 달 말까지 각 자치구에서 검토해 최종적으로 추천한 사업지를 받는다. 다음 달 초 선정위원회에 상정해 올해 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차 공모에서는 24개 자치구에서 총 102곳이 신청해 지난해 12월 용산 청파2구역, 종로 창신·숭인, 송파 마천5구역, 강동 천호A1-2구역 등 최종 후보지 21곳이 선정됐다.
오 시장의 또 다른 역점사업인 모아타운 역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모아타운은 신축과 구축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20일 하반기 모아타운 대상지 26개소를 추가로 선정했다. 올해 초 모아타운 도입 계획 발표 이후 상반기 21개소를 선정한 데 이어 자체 발굴 지역 17개소를 포함해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은 64개소로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모아타운 도입 이후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사업지는 42개소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개소 대비 약 61%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모아타운이 서울시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부 지역에선 직전 공모의 탈락 이유를 분석하고 획지를 대폭 수정해 재도전에 나서는 곳도 있다. 지난달 모아타운 공모에서 고배를 마신 서초구 반포1동 모아타운 사업 추진위원회는 상가 건물주와 몇몇 단독·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을 획지에서 제외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이 지난 공모 당시 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탄원서를 넣거나 거리 시위를 하는 등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서다. 민간 재개발 사업인 모아타운의 특성상 심한 주민 반대가 있는 지역은 대상지로 선정되기 어렵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 공모에 다시 떨어지면 정비사업 시점이 한참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주민들의 의지도 약해질 수 있는 만큼 조합이나 추진위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상승세가 꺾여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도 한풀 꺾인 만큼 지금이 개발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