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증명 시스템 'COOV' 만든 블록체인랩스, 새로운 메신저 개발
"탈중앙형 메신저 '블록챗', 중앙서버 거치는 카톡·라인·텔레그램과 달라"
범죄 악용 가능성은 여전···범죄 발생해도 증거 효력 없고, 추적도 어려워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개발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록체인랩스가 이번엔 세계 최초 탈중앙화 메신저를 내놨다. 개인 정보와 대화 내용이 전부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 기존 메신저 플랫폼들과 달리, 정보를 개인 디바이스에만 저장해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여전히 범죄 악용 가능성이 높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블록체인랩스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형 메신저 '블록챗(Blockchat)'을 공개했다.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주권이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웹3.0(Web 3.0)' 시대에 맞게 새로운 메신저를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박종훈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는 "블록챗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탈중앙형 메신저"라며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해 대화의 본질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종훈 블록체인 공동대표가 '블록챗'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2016년 설립한 블록체인랩스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블록체인 기반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서비스 'COOV(쿠브)'를 개발해 전 세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증명서의 위변조를 막고 사용 이력이 서버에 남지 않는다는 장점에 코로나19 백신 증명뿐 아니라 성인 인증 등 다양한 인증 시스템으로 확대됐다. 

COOV를 무상으로 제공해온 블록체인랩스는 당분간 블록쳇을 유료화하지 않고, 무상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임병완 공동대표는 "COOV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가 아닌 실생활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당장 유료화를 통한 수익사업보다 Web 3.0 시대에 맞는 새로운 메신저를 제시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해외 현지 기업과 진행 중인 블록체인 기반 인증 슈퍼앱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가 블록체인랩스의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랩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블록챗은 기존 메신저들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최근 서버 화재로 초유의 먹통 사태가 발생한 카카오톡 사례나 해킹 등 중앙 서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차단한다.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플랫폼은 모든 대화 내용이 중앙 서버에 저장돼 해킹 한 번으로 개인 정보 및 대화 내용 유출이 가능하고, 화재 등 사고로 통신 장애, 데이터 유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반면 블록챗은 중앙 서버가 아닌 개인 디바이스에만 저장돼 사용 당사자 외엔 누구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중앙 서버 해킹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블록챗'과 기존 메신저 플랫폼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개인 정보를 활용한 무분별한 광고가 차단된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메신저는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 계정을 만들어야만 로그인이 가능한 반면, 블록챗은 개인 정보 입력 없이 자신이 원하는 블록체인 ID만 만들면 사용이 가능하다. 연락처나 ID 노출, 친구 추천 등 무차별적인 연동과 사생활 침해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블록챗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신원이 확인된 상대방에게 고유의 연결 코드를 공유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ID와 연결 코드는 대화를 원하는 사람 외엔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도록 해 익명의 사이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된 'N번방' 사건처럼 노출된 ID를 이용한 익명의 사이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디바이스에서 대화 내용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블록챗만의 특징이다. 카톡이나 텔레그램처럼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어 캡처나 촬영을 통한 악의적인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분별하게 이용돼온 데이터 주권을 되찾아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을 대폭 낮추겠다는 게 블록챗의 목표이지만, 범죄 악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존 메신저를 통해 블록챗 연결 코드를 공유하는 등 은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불법 사진 및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범죄에 악용될 경우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아 추적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블록챗만의 기능을 악용해 또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랩스는 해당 지적에 대해 범죄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공동대표는 "기존 플랫폼처럼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이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범죄 발생 시 경찰 수사 등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임병완 공동대표는 "일단 블록챗은 중앙 서버 없이 사람과 사람을 다이렉트로 연결해,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을 크게 줄였다는 데 집중했다"며 "이제 막 론칭을 했으니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 등 기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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