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매파’ 발언···국내 기준금리 내년 4% 넘어설 수도
월급 절반 빚 갚는데 쓰는 차주들 ‘막막’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기조를 이어 가기로 하면서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현재 이미 7%대로 올라선 은행권 가계 부문 대출금리는 내년 8% 수준으로 오를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이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영끌족’이나 ‘빚으로 투자’한 ‘빚투족’ 이자 부담이 한계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직후 "이제 금리 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며,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 수준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강력한 ‘매파’적 발언이다. FOMC를 앞두고 시장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정책선회’(Pivot·피봇)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 발언을 고려하면 다음 달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전망치가 5% 내외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점도표 최종 금리 전망치는 4.5~4.75%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당장 최종 금리 전망치를 기존 5.0∼5.25%에서 이날 5.25∼5.5%로 높였다.

이에 한국의 기준금리 최종 수준도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전문가들은 현재 3%인 한국 기준금리가 내년 초 3.5% 안팎에서 멈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3.75~4.5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그만큼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진다. 현재 대형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는 모두 상단 기준으로 연 7%대를 넘었다. 지난 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160∼7.646%, 5.350∼7.374%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기준)는 연 6.100∼7.550%,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도 5.180∼7.395%로 이미 7%대 중반에 이르렀다.

내년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1%포인트 오른 4%대로 올라선다면 대출금리 상단도 8%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도 금융시장 불안정성으로 은행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기준금리가 4%대로 올라서면 대출금리가 8% 선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은 차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영끌족 가운데 현재 금리 수준에서도 월급 절반 이상을 빚 갚는데 써야할 처지에 놓인 이들이 적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이다. 주담대 4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을 경우 연 5% 금리가 적용될 때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215만원이다. 이자는 104만원이다.

금리가 7%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266만원으로 불어난다. 금리가 8%로 상승하면 이자가 182만원으로 늘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은 294만원 규모에 달한단 계산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4회 연속 단행하고 한은도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라며 “이로 인해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은행 뿐만 아니라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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