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3Q 실적 공개···영업적자 분기별로 늘어나
신동빈 회장, 정기임원인사서 ‘순혈주의’로 돌아설지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롯데온이 맥을 못추고 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부회장 효과로 롯데쇼핑 전반적인 실적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롯데온은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서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이커머스지만 나영호 대표가 취임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나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9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롯데온 거래액 성장률은 같은해 18%로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쿠팡은 72%, 네이버는 40%, SSG닷컴은 22% 늘었다.

롯데온 실적 추이 및 나영호 대표. / 자료=롯데쇼핑,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온 실적 추이 및 나영호 대표. / 자료=롯데쇼핑,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그룹은 롯데온 출범 당시 롯데온을 ‘신동빈 야심작’으로 불리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롯데슈퍼·롭스·롯데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롯데온이 기대했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나 대표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출신으로 지난해 롯데온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영입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나 대표 인사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지난 2년간 나 대표 체제에서 롯데온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신 회장의 전략이 통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간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정기 임원인사로 업계 이목을 끌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부터 임원 및 승진자를 대상으로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소보다 2주가량 빨라진 인사평가로 올해 인사 발표는 이르면 다음주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롯데는 순혈·보수주의가 강한 기업으로 유명했다. 그룹 계열사 대표 대다수가 롯데 공채 출신일 정도로 외부 인력 수혈이 인색했다. 다만 지난해 인사에서 이를 타파하고 외부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순혈·보수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인재를 중용한 데는 신 회장의 혁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앞서 ‘뉴롯데’를 타이틀로 내세워 “과감한 혁신으로 롯데를 바꾸곘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취임 후 롯데온 장보기 서비스 개편은 물론 지난해 11월 롯데쇼핑 3분기 실적발표회에 직접 나서 품질 중심의 식료품 서비스와 뷰티 서비스 등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수익성이 낮은 새벽배송 서비스는 중단했다. 최근에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변신하기 위해 롯데온이 전문관(온앤더뷰티·온앤더럭셔리 등)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온은 외형 성장을 이루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 공시를 통해 롯데온은 연간 평균 방문자를 20%가량 높였고, 구매자수도 15%가량 늘렸다고 했다.

다만 롯데온은 실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50억원, 영업손실 380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미 올 3분기 영업손실은 지난 2분기 대비 25억원이나 늘어났다. 올 상반기 기준 롯데온의 매출액은 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억원 이상 증가한 상태다.

최영준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주력 사업부인 백화점 외에도 마트, 슈퍼, 이커머스 등 사업부 전반이 고른 실적으로 영업이익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베트남 등 잠재력 가득한 해외 매장의 추가 실적 개선이 기대되며 온라인 시장에서도 장기 성장 동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온은 실적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두자 업계에서는 나 대표가 이번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인재’를 반복 언급하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사업군을 중심으로 외부 인사 영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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