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프레스티지바이오, 4兆 블록버스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
유럽 허가 실패 후 FDA 노리는 프레스티지바이오···"연내 허가 신청 목표"
암젠·화이자·셀트리온·삼성에피스 등 5개사, 이미 시장 진출···"경쟁력 확보 관건"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글로벌 매출 4조원의 블록버스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인 에이프로젠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시장 경쟁 합류를 예고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유방암 치료제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면서다. 다만 로슈의 허셉틴이 아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암젠, 화이자,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이미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은 만큼 후발 개발사의 경쟁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후발주자인 에이프로젠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해외 시장 합류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최근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으로 허셉틴 매출은 2019년 7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4조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이프로젠은 최근 유럽연합(EU)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 기준 적합 심사를 위한 유럽의약품청(EMA) 실사를 통과했다.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의약품을 시판하기 위해선 EU의 제조원 감사가 필수다. 이번 실사를 통해 에이프로젠은 현재 개발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3'의 임상 3상 시험약 제조공정, 시설, 품질관리시스템을 감사받았고, 적격 평가로 유럽 시장 진출에 한발짝 가까워졌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 개발 타임라인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의 임상 3상을 마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미국과 유럽 시판을 위해 품목허가 신청 준비에 한창이다. 앞서 2019년 유럽의약품청(EM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부정적 의견'을 받아 3일 후 즉시 재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3개월 후 허가신청을 자진철회했다. 

당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동등성 분석 46개 중 EMA와 평가 기준에 이견이 있었던 6개 분석에서 CHMP와 의견 차이를 완전히 좁히지 못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프레스티지바이오는 향후 관련 서류를 재정비해 다시 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최근 EMA 재심사 신청이 아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눈을 돌렸다. FDA에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하기 전 FDA와 내달 사전미팅 격인 'Type 4'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양식 및 내용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HD201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할 자료를 전달하고, 허가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프레스티바이오파마는 연내 BLA를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EMA 심사에서 승인이 불발된 임상 결과를 FDA가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다수다. FDA 심사는 EMA보다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관계자는 "FDA 심사는 EMA 심사와 동등성 분석 기준이 달라 견해 차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고, 현재 EMA 심사 재신청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MA 승인을 받은 개발사들은 품목허가 신청부터 승인까지 통상 1년이 걸렸는데,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심사에만 3년이 걸렸다"며 "결과 데이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들 후발 기업들이 품목허가 승인을 받더라도 향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5개 개발사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유럽 등 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품목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은 올 1분기 기준 유럽에서 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에선 아직 1%대에 머물러 있다.

FDA 승인을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는 최근 3개월(5~7월) 기준 유럽 22%, 미국 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에이프로젠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방식에 차별화를 뒀다. 130kg의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려면 1만5000리터 배양기 5기 이상을 동시에 가동해야 하지만, 에이프로젠은 2000리터 배양기를 1회만 가동해도 130kg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선 에이프로젠의 생산성 혁신 전략에도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엔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허셉틴의 가격은 셀트리온이 2017년 허쥬마를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하면서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가격과 효능 경쟁력을 두루 갖춰도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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