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후보군에 외부 출신 포함되도록 규정 바꿔
노조 "이사회 독립성 유지하라"···시민단체 "낙하산 인사 반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김지완 회장이 사임을 결정하면서 BNK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선 차기 회장에 외부 출신이 선임되는 ‘낙하산 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BNK금융의 지배구조의 ‘폐쇄성’이 문제가 되면서 BNK 이사회는 관련 규정을 고쳐 외부 인사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BNK 조직 내부와 지역사회에선 외부 인사 임명에 대해 반발이 거세 차기 회장 최종 선임까지 진통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에 외부 인사를 포함할지 여부 등을 논의한다. 지난달 국회 정기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이 아들이 재직 중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회장은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해 나선 것이다.
이번 국감에선 BNK금융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각종 의혹에 휩싸이는 이유는 회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지주 회장의 후보군에 내부 인사만 포함되고 외부 인사는 배제되도록 관련 규정이 정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 직전 BNK금융의 지회봉을 잡았던 성세환 전 회장도 주가조작 혐의로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실제로 BNK금융은 지난 2018년 ‘최고경영자(회장) 경영승계 규정’을 변경해 지주 회장 후보군의 자격을 사내이사(상임감사위원 제외), 지주 업무 집행책임자, 자회사 CEO 등으로 정했다. 이에 BNK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내부 출신 10인을 구성해 운영했다. 외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더불어 BNK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후보자 추천 및 경영승계 절차' 규정에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 시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키는 등의 이유로 외부로부터 영입이 필요하다고 이사회에서 인정하는 경우 외부인사, 퇴임임원 등을 제한적으로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추가할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시켰다. 외부 인사는 비상시에만 후보군으로 추천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BNK이사회는 이날 회의에서 이 규정 삭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선 외부 출신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단 관측이 나온다. 당초 김 회장의 의혹과 지주 회장 선임의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시점을 두고 정부가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권이 교체되고 김 회장의 임기가 거의 종료되는 때에 정치권에서 지배구조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란 해석이다.
현재 외부 인사 중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안효준 전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김규옥 수협중앙회 감사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외부 출신 회장의 임명 가능성이 커지자 BNK 내부에선 반발이 거세진다. 최대계열사인 부산은행 노조는 내부승계 원칙을 고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보냈다. 노조는 "이사회는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 자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외부 감독규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소신껏 결정할 수 있다"라며 “정치권이 이번 BNK금융지주 사태를 빌미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면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내부승계 계획 이후 아무런 지적과 문제 제기가 없다가 미묘한 시기에 금융당국이 폐쇄성을 언급하는 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이 이번 BNK금융 사태를 빌미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면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