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경찰 대응, 전정부 정책 책임론···“경찰 수사업무 과다, 순찰 인력 부족 원인”
정쟁 비화 우려에 국회 내 공론화 어려울 듯···“경찰 초동대응, 보고체계 붕괴 주목” 

2일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일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이태원 참사를 두고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대응 프로세스 전반에 문제가 있었단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전 정부가 추진했던 검경수사권 조정과 의무경찰 제도 폐지가 경찰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이 됐단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내에서도 전 정부 책임론이 설득력 있단 의견도 있지만 공론화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모두 초기 대응과 보고체계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기류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할로윈데이를 즐기러 나온 인파 중 150여명이 압사한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단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두고 전 정부가 추진했던 검경수사권 조정과 의무경찰 제도 폐지 등 경찰 관련 정책이 한몫했단 주장이 나온다. 전 정부가 경제범죄와 부정부패를 제외한 검찰 수사권 폐지하면서 검사들의 업무량이 줄어든 반면 경찰의 수사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의경 폐지로 지난해부터 신규 선발을 하지 않으면서 순찰 인력이 부족해졌단 의견도 있다.

검경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요즘 검사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수사를 다 하면서 일이 많이 줄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무경찰도 폐지되면서 경비 인력은 부족한데 수사 건수는 많아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단 얘기도 있다”고 했다. 경찰 수사 업무 증대와 인력 부족이 이태원 참사 때 경찰의 효과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국회 내에서도 이태원 참사 때 경찰 대처에 문제가 있단 기류다. 다만, 경찰 수사업무 과부하와 의경 폐지 등 전 정부 정책보다는 초동대처와 보고체계 붕괴 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참사 관련해 전 정부의 검경수사권, 의경 관련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건 알고 있고 설득력도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자칫 정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안이라 현시점에서 공론화할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형 참사 앞에서 자칫 본래 의도와 달리 전 정부 탓, 책임 회피로 비춰질 수 있어 다루기 쉽지 않은 의제란 설명이다. 

야당에서는 이번 참사를 전 정권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행안위 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잘못해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게 아니”라며 “경찰 대응이 논란이고 그 대응이란게 수사를 잘못해서 범인을 놓치고 그런게 아니라 경찰이 원래 하던 법에 따른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위 내에선 전 정부 정책보다는 경찰의 상황 대처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단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12 대응 부실에 더해 보고 체계가 무너졌단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살펴볼 것”이라며 “일선 경찰관은 당연히 최선을 다했겠지만 대비 가능한 부분을 미리 충분히 대비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경찰 측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이 부분을 짚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과 112상황실에서 경찰 지휘부로 향하는 보고가 지연된 책임을 물어 총경급 경찰 간부 2명을 대기 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이태원 참사 관련 정책 참고자료란 경찰청 내부 문건도 여야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 언론보도 기류 등이 담겨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가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이 적시됐는데 이를 두고 사찰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에서는 사과를 하고 뒤에서 시민단체를 탐문하면서 스스로 정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문건을 작성하는 경찰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제기 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쪽에서 정보 문건을 들고나올 것”이라며 “이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행안위 내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경찰이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점을 짚어내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행안위 관계자는 “지금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모두 자료 제출이 원만하게 되질 않고 있다보니 문제점을 살펴보기 어렵고 언론 보도를 통해 파악하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열린 행안위 현안 보고에서 의문사안을 집중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행안위 현안보고는 오는 7일 열릴 예정이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신중한 태도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조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며 “안일한 경찰 인력 배치, 112 신고 부실 대응, 늑장 대응, 민간 사찰 등 사유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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