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자본확충 해야하는데···시장신뢰 추락
내년 킥스 도입···자본확충 부담 더 커져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에 실패한 흥국생명이 내년엔 후순위채 만기도 다가와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리(콜 옵션)를 행사를 하지 않아 이미 시장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 자본성증권 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엔 자본건전성 관련 제도가 변경돼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점도 문제란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내년 10월 16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당초 20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 9월 400억원을 미리 차환했다. 흥국생명은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후순위채 차환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자본성증권과 관련된 규정에 따라 후순위채로 확보한 2100억원 자금 가운데 20%만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남아있는 만기가 5년 미만이 되면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된다. 지난 9월 400억원을 우선 차환한 것도 자본건전성 악화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흥국생명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에 향후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에 대한 콜 옵션이 시행되지 않는 것은 2009년 우리은행 외화 후순위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흥국생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콜옵션은 공식적으론 행사 권리는 발행사에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우리은행도 2009년 당시 중도상환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로 시장에서 신뢰가 크게 하락하자 부랴부랴 외화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해 차환해준 바 있다. 흥국생명은 내년에 해당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흥국생명은 내년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건전성 측정 방식도 변경돼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2023년부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가 도입된다. 킥스가 도입되면 요구자본을 99.5% 신뢰 수준 하에서 향후 1년간 발생할 수 있는 최대손실액을 충격 시나리오 방식으로 측정해 산출한다. 그 결과 보험사들의 요구자본액이 늘어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요구자본이 늘어나면 보험사들은 그만큼 자본확충을 더 해야한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요구자본의 측정방식이 시나리오 방식으로 변경되며 금리리스크 및 보험리스크 중심으로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라며 “또 투자운용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점은 신용리스크 및 시장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킥스 도입 이후 자본확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번 콜옵션 미행사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아질 경우 추가 자본성 증권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며 “향후 회사의 전반적 자본관리능력 변동 여부 및 이로 인해 자본시장에 나타나는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