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00억 이상 피해보상금 4분기 반영

카카오 실적 추이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카카오 실적 추이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가 올 3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쇼핑 시장이 위축되고, 국내 이용자에 대한 차별 논란으로 ‘우마무스메’ 등 주요 게임들이 부진한 성과를 낸 영향이다. 4분기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 관련 손실이 예상된다.

3일 카카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587억원과 영업이익 15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11% 감소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1조9029억원과 1790억원을 하회하는 수치다. 특히 그간 카카오가 두자릿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왔단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부진한 성과를 낸 셈이다. 카카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58%, 45%다. 올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31%, 35% 수준이었다.

◇ 게임 매출 악화로 3분기 실적 부진

카카오 3분기 실적 부진은 콘텐츠 부문 중 게임 사업 매출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기간 카카오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는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8718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스토리, 뮤직, 미디어 사업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반면 게임 매출은 2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신작 우마무스메는 국내 시장 차별 운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4분기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달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 여파가 이 시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먹통 사태와 관련 카카오는 막대한 피해 보상액 지급과 인프라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금보상뿐 아니라 무료이용자 대상 보상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가 현재까지 추산한 매출 손실과 직접 보상금만 400억원 규모다. 향후 피해 접수 사례가 완료되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신규 서비스 출시 일정 지연도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금은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전사적 최우선 과제로 설정돼 있어 그간 준비한 서비스 출시 일정이 불가피하게 한두달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빠르게 이용자 신뢰를 되찾고 그간 준비해온 변화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사임한 가운데, 홍 대표는 그간 남궁 전 대표가 추진해 온 카카오 사업 방향에 변화가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전략 방향성 수정은 없단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남궁 대표 취임 이후 진행되던 사업 방향성에 대해 일부 투자자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카오의 서비스와 사업 전략 방향에 대해 올 초부터 CAC센터장으로서 (남궁 대표와) 함께 방향성을 고민하고 새로운 비전을 세팅해왔다. 내년까지 서비스 변화 로드맵은 수립돼 있는 상황으로, 세부적인 것은 실행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선 변함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 사진 = 카카오
홍은택 카카오 대표 / 사진 = 카카오

◇ 톡채널 확대로 성장 둔화 돌파···계열사 상장은 ‘재검토’

카카오는 광고 시장 둔화 속에서 톡채널 확대로 성장 둔화 위기를 돌파하겠단 계획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 톡채널 중 친구 1000명 이상은 5만7000개, 친구 1000명 이하의 톡채널수는 160만개다. 이에 중소 광고주, 소상공인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단 게 회사의 판단이다.

홍 대표는 “톡채널 친구 확보 과정에 진입장벽이 있어 중소형광고주들의 톡채널 활용 마케팅은 소극적이었다”며 “이런 중소형광고주들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카카오 싱크’다. 내년 초까지 주요 쇼핑몰 호스팅 서비스(ECP)와 연동을 통해 쉽게 싱크를 채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중소형광고주들의 싱크 도입이 크게 늘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1000명 이상의 친구 수를 가진 톡채널을 30만개까지 늘리고, 이후 50만개까지 확보한다면 지금과 같은 경기둔화나 비수기 영향을 방어하면서 견조한 매출을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는 계열사의 상장 계획과 관련해 ‘재검토’하고 있단 입장을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은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공동체 상장 이슈는 전체 기업의 지배구조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해당 계열사의 기존 주주 및 투자자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국회 등에서 지적받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단순 숫자가 아닌 계열사 특성과 회사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단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지난달 기준 128개다.

배 수석부사장은 “계열사 수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데, 단순 숫자가 아닌 계열사 특성과 구성에 주목해줬으면 한다”며 “전체 계열사 중 30인 미만 소규모 회사가 80%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웹툰, 웹소설, 게임, 영상 제작 스튜디오 등 글로벌 IP 콘텐츠 제작사다. 이런 소규모 회사를 제외하면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수는 10개 미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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