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김동관, e삼성·니콜라 사업 실패를 신속한 수습 통해 손해 최소화
“먼저 맞는 매가 낫다”···실패 교훈 삼아 안정적 그룹 경영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광주 평동산업단지의 한 협력사를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광주 평동산업단지의 한 협력사를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사업은 시작보다 끝내는 것이 더 어렵다.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 계속된 시간이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사업 실패에서 빚어진 손해를 더욱 크게 하는 ‘아집’이나 마찬가지다.

신규 사업에서 성과가 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빠른 시간 안에 철수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실패 사업에 대한 빠른 철수 판단으로 콩코드 오류에서 탈출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콩코드 오류란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인력, 자금 등을 투입하는 현상을 뜻한다.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로 1976년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당시 콩코드는 미국의 보잉 여객기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많은 연료 소모와 비싼 요금, 이착륙 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 등으로 개발 당시부터 사업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사업 실패를 예감했지만 장기간 투자한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 돈을 계속 쏟아부었다. 총 19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계속된 적자로 콩코드는 결국 2003년 운항이 중단됐다. 콩코드 오류는 이 사례에서 유래된 용어다.

국내에서도 콩코드 오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대표적이다. 애플과 삼성 대비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이 늦었던 LG는 큰 손해를 봤다. 2015년 2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계속된 적자에도 신제품 개발을 위해 무리한 시간·투자가 소요된 모습은 콩코드 오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2021년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지만, 누적 적자는 이미 5조원에 달한 상황이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 / 사진=한화

반면 이재용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실패 사업을 빠르게 정리·수습해 ‘후계자’ 입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경영실패라는 주홍글씨를 옅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 회장은 2000년 삼성 계열사의 인터넷 사업 지주회사 역할을 할 ‘e삼성’을 설립했다. 사재 500억원을 투입해 이 회장은 e삼성의 지분 60%를 보유했다. 그러나 e삼성은 인터넷과 벤처 거품이 붕괴되면서 1년 만에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사업을 이끈 이재용 회장은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설립 1년여 만인 2001년 7월 e삼성을 정리했다. 빠른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경영수업을 받던 시기에 e삼성이라는 실패를 맛본 것이 이재용 회장에게는 약이 됐다”며 “이재용 회장은 실패는 삼성인의 특권이라며 도전을 피하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본인도 실패를 겪어본 만큼, 그룹 임직원도 새로운 분야에 투자·진출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회장도 2018년 의도하지 않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의 주도로 미국 전기 수소차 기업 ‘니콜라’의 지분을 1억달러에 매수했지만, 2020년 이 회사의 기술이 사기로 밝혀지면서 낭패를 봤다. 김 부회장은 지분 투자 당시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주와 직접 만나 투자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김 부회장과 한화 측이 충분한 기술 분석에 대한 검토 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던졌다. 태양광으로 승승장구하던 김 부회장에게는 첫 실패가 된 셈이다. 그의 경영수완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위의 우려에도 김 부회장은 니콜라의 사기가 밝혀진 직후 곧바로 지분 매각에 나섰다. 빠른 지분 정리 작업으로 투자 차익을 얻기도 했다. 이 자금은 수소·에너지 사업에 쓰일 예정으로 전도 유망한 신규 투자처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단 한번의 실패 없이 성공하는 이는 없다”며 “이재용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총수로서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안정적인 그룹 경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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