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아박스-HCC'는 7년째 3상 머물러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JW그룹 계열사 JW크레아젠이 면역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랫동안 연구해온 수지상세포(DC) 치료제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세포 치료제로 후보물질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그간 JW크레아젠이 주력해온 수지상세포 신약의 임상 3상이 완료된 지 4년째 여전히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JW그룹은 최근 미국 바이오벤처 큐어에이아이 테라퓨틱스와 인공지능(AI) 기반 항암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큐어에이아이의 AI 및 머신러닝 기반 암 환자 유전체 분석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탐색 플랫폼을 활용해 3개 혁신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기존 면역관문억제제가 잘 듣지 않는 암 환자를 위한 신규 후보물질을, JW크레아젠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키메릭항원수용체 자연살해세포(CAR-NK)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할 예정이다.
JW크레아젠은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 치료제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피부, 위, 장 점막조직, 혈액 등 모든 조직에서 소량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는 몸에 병원체가 침입하면 다른 주요 면역세포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수지상세포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알러지성 과민반응 등 자가면역질환뿐 아니라 암, 감염성 질환 등이 발생하게 된다.
JW크레아젠은 현재 간세포암, 교모세포종, 전립선암, 류마티스관절염 등 4개의 적응증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그 중 임상 3상으로 가장 앞서있는 '크레아박스-HCC'는 재발 억제를 위한 간암 항암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다. 1차 치료로 암 조직 절제술 또는 비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의 70%가 5년 내 재발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다.
크레아박스-HCC의 2상 결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2017년 국제학술지 '종양면역학'에 발표된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크레아박스-HCC는 중대한 부작용 없이 간암 환자의 재발률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환자의 2년 내 간암 재발율은 61%인 반면, 크레아박스-HCC를 투여한 환자는 30%에 그쳤다. 크레아박스-HCC는 앞서 보건산업진흥원 정부과제평가에서 최우수평가를 받기도 했다.
JW크레아젠은 최근 수지상세포 연구에 필요한 제조 시설을 구축하는 등 그간 축적해온 수지상세포 신약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세포 치료제 물질을 발굴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문제는 대표 신약인 크레아박스-HCC가 7년째 임상 3상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2014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에 대한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이듬해 간암 수술을 받은 환자 167명을 대상으로 개시됐다. 이후 2018년 7월 투약이 모두 완료됐지만, JW크레아젠은 여전히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JW그룹 전자공시에 따르면 당초 2020년으로 명시됐던 추적관찰 완료 시점은 점차 늘어, 임상이 개시된 지 7년 가까이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크레아박스-HCC의 3상 연구기간이 총 5년 소요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처럼 JW크레아젠의 대표적인 신약개발 성과가 지연되면서 향후 파이프라인 확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JW크레아젠 관계자는 "3상 투약 완료 후 간암 재발률 확인을 위해 크레아박스-HCC 투여군과 대조군을 비교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까지 추적관찰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 도출 시점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