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푸르덴셜·NH농협·DGB생명 등 RBC비율 악화
NH농협·DGB생명,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하회
금융당국 완충조치 마련했지만···RBC비율 다시 하락세 전환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이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의 완충조치 마련으로 RBC비율 관리에 한숨 돌린 모습이었지만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RBC비율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전분기 말 대비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RBC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감독규정상 보험사는 RBC비율을 최소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생보사별로 살펴보면 먼저 한화생명의 경우 3분기 RBC비율이 157%로 2분기 말(167.6%) 대비 10.6%포인트 하락했다. 푸르덴셜생명도 지난 2분기 말 264.6%에서 3분기 말 250.2%로 14.2%포인트 떨어졌다. NH농협생명은 같은 기간 180.3%에서 107.3%로 73%포인트 급락하면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하회했다. DGB생명은 지난 2분기 말 165.8%에서 52.7%포인트 하락한 113.1%로 집계되며 농협생명과 마찬가지로 150%에 미치지 못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같은 기간 RBC비율이 263.6%에서 266.7%로 소폭 상승하며 하락세를 면했다.
상반기 말까지만 해도 생명보험사들의 RBC비율은 전분기 대비 대체로 개선된 모습을 나타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완충방안을 도입한 덕이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RBC비율이 악화된 보험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월 말 RBC비율 정산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의 40%까지를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RBC비율의 분자 값인 가용자본으로 인정할 수 있게끔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그 결과 2분기 말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가용자본은 144조1000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7조7000억원 증가했고, 대다수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개선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완충방안을 도입한 지 3개월 만에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재무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의 구제조치 마련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다시 악화된 이유는 3분기 들어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영향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분기 동안 0.636%포인트 급등했으며, 지난해 말 2.26%에 불과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3분기 말 연 4.082%까지 치솟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이 가지고 있는 매도가능채권의 평가가치가 떨어지면서 RBC비율에 악재로 작용한다”며 “6월 말까지는 금융당국의 구제 조치 덕에 가용자본이 늘어나면서 RBC비율이 개선됐지만 이후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RBC비율이 다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