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내 2호점 개소 목표했지만 부지·개소시점도 못 정해
국민은행, 서대문·인천·강남 제안···알뜰폰사업자, ‘실효성’ 의문

'KB리브엠'의 사업 확대를 둘러싼 KB국민은행과 중소알뜰폰사업자들의 갈등으로 알뜰폰스퀘어 추가 개소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KB리브엠' 사업 확대를 둘러싼 KB국민은행과 중소알뜰폰사업자들의 갈등으로 알뜰폰스퀘어 추가 개소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연내 알뜰폰스퀘어 2호점을 개소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은 커녕 예정지도 정하지 못해 공전중이다. 배경에는 KB국민은행과 중소알뜰폰사업자 간 갈등 심화가 있다. KB국민은행이 리브엠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차 알뜰폰 업계가 협력을 거부한 것이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연내 개소 예정이던 알뜰폰스퀘어는 2호점은 개소 여부가 불투명하다. 알뜰폰스퀘어는 알뜰폰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편익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해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종로구 서대문에 알뜰폰스퀘어 1호점을 열었다.

이 곳은 알뜰폰 서비스에 대한 홍보 역할을 담당한다. 알뜰폰 서비스를 소개하고 맞춤형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가상현실(VR) 콘텐츠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행사에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KB국민은행과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와 협의해 연내 2호점을 개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이 서대문, 인천, 강남 지역을 알뜰폰스퀘어 추가 개소 지역으로 제안했지만, 알뜰폰사업자들과 개소 시점뿐만 아니라 장소에 대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은 알뜰폰스퀘어 운영의 실효성이다. 알뜰폰스퀘어 입점 사업자들은 시설 운영과 관련한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부지 자체가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운영 비용을 내고 알뜰폰스퀘어에 입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단 것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1호점도) 처음부터 서대문을 원했던 건 아니다. 강남, 홍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원했는데 자리가 없다고 해서 서대문에 문을 연 것”이라며 “방문객이 많으면 좋겠지만 이미 개소한 1호점도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제안을 무조건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 제안을 받더라도 운영비는 사업자들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은 좋은데 어중간한 곳에 두는 것은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이 없으면 어느 장소든 환영할 텐데, 사업자들은 모든 것이 비용이다 보니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알뜰폰스퀘어는 중소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추가 개소는) 사업자들과 협의를 통해 풀어갈 문제”라고 했다.

알뜰폰스퀘어 추가 개소 관련 협의 실패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의 사업 확장과 관련 사업자 간 갈등이 있다.

KB리브엠은 그간 알뜰폰업계에서 ‘대형 메기’로 평가받았다.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과기정통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 개시를 허가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가입자를 확대해 2년 만인 지난해말 20만명, 지난 7월말 기준 32만6311명을 확보했다.

이같은 성장엔 적금 등 KB국민은행의 금융상품과 결합한 서비스도 영향을 미쳤지만,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 출시와 사은품 지급 등 자본이 뒷받침한 마케팅 덕분이란 것이 알뜰폰업계의 평가다. KB리브엠은 지난달 아이폰14 출시 직후 제휴 판매를 통해 최대 22만원의 현금성 사은품을 제공했다. 회선당 최대 26만원까지 손해를 보는 원가 이하의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통상적인 할인 혜택의 범위를 벗어난 ‘제 살 깎기 식’ 경쟁을 주도했단 평가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행정권고 조치도 내려졌다.

중소알뜰폰사업자들은 KB국민은행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알뜰폰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4일 건전한 시장발전과 사업자 간 상생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기업이 중소사업자 중심의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신사 계열의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할 때 강력한 등록조건을 적용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과 건전한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업을 비롯한 대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공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수익이 과도한 영업·마케팅 비용으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회계 분리와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내년 4월로 종료되는 알뜰폰 사업 임시허가 만료 전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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