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파킹통장 금리, 업계 최고 수준 인상
시중은행과 차별화전략 한계 우려에 출혈 감내
고객 자금 확보와 상장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내년 1월 상장, 기업가치 제고 위해 여·수신 견조한 성장 필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케이뱅크가 파킹통장 금리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 가운데 이를 두고 업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내세웠던 시중은행과의 차별화 전략이 한계에 달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출금리는 인하하고 수신금리는 올리는 출혈을 감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고객 자금 확보와 함께 상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케이뱅크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린 연 2.7%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 5일 0.2%포인트 인상에 이어 이 달에만 두 차례 인상했다. 

플러스박스는 돈을 보관하고 언제든지 빼서 예적금,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하루만 맡겨도 연 2.7%의 금리 이자가 적용되고 매월 넷째주 토요일 쌓인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최대한도는 3억원이다. ’용돈 계좌’, ’비상금 계좌’ 등 통장을 최대 10개까지 만들 수 있다.

케이뱅크는 정기예금 상품 '코드K 정기예금' 금리도 최대 1%포인트 인상했다. 가입 기간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은 연 2.9%에서 연 3.9%로 인상됐다. 가입 기간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까지는 연 2.8%에서 연 3.1%로, 6개월 이상에서 12개월 미만은 연 4.1%에서 연 4.2%로 인상됐다.

이처럼 케이뱅크가 파킹통장 금리를 경쟁 은행 대비 큰 폭으로 올리면서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더 많은 고객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금리인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가 경쟁사 대비 예수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증가세도 높지 않다는 점에서 수신금리를 크게 올렸다는 판단도 나온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원화 예수금은 약 11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원화 예수금은 약 33조원과 약 17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0%와 23.2% 증가했다.

특히 업비트와 제휴 효과로 예수금을 확보해왔지마 최근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으로 쏠린 예수금 비중을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가상자산 자금이탈이 대거 발생할 경우 리스크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IPO 환경도 좋지 않다.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카카오그룹 계열사 주가가 하반기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정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상장 여건은 악화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로서는 상장 카드를 쉽게 버릴 수 없다. 은행이 지켜야 할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5.86%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난해 말 17.31%까지 개선됐던 지표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출범 이후 넉넉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여러 차례 영업이 중단됐던 경험을 했던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경계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예비심사 최종 승인을 받은 케이뱅크는 6개월 내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 3월 20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서는 고객 규모 확대가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IPO를 앞둔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여·수신의 견조한 성장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향후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기적 배경에서 금리 인상은 IPO를 위한 행보 중 하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재무적 투자자(FI)에 내부적으로 상장 목표 시점을 내년 1월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만큼 이르면 연내 상장이 점쳐졌으나 하반기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상장 시기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장은 내년 1분기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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