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FOMC서 피봇 시그널 없으면 급락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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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봇'(pivot·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 한 달 만에 2만달러(2846만원)을 돌파했다. 시장에선 투자심리 회복으로 계속 상승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연준 내부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각)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영원히 0.75%포인트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이유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에서 3개월물 금리는 뉴욕증시 마감시간 기준 4.027%로 10년물 금리 4.007%를 넘어섰다. 지난 24일과 25일 장중에도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전문가들은 3개월물과 10년물이 역전한 이후 6~15개월 이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학자 아우투로 에스트레야는 "1960년대 후반 이후 3개월물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6∼15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며 "경기 침체를 가르는 완벽한 공식"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는 연준의 피봇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11월 0.75%포인트를 인상한다는 가정하에)을 55.5%로 보고 있다. 이 확률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24.2%에 불과했다.

연준이 긴축의 강도를 완화할 수 있단 기대감은 비트코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인 24일과 25일 오전까지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1만9000달러 선을 유지했지만 25일 오후부터 급등했다. 이에 2만달러 선을 돌파하더니 26일 오후 11시에는 2만1000달러 선에 근접했다. 2만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6일 이후 처음이다. 이후 소폭 하락해 28일 2만2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특히 27일엔 간밤에 뉴욕 증시가 크게 하락했지만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 증시는 메타와 알파벳 등 주요 테크주 실적 부진으로 인해 나스닥지수가 2% 이상 추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74% 떨어졌다. 코로나19 터널을 지나오면서 비트코인과 뉴욕 증시는 동조화 경향이 짙어졌다. 

비트코인이 오랜만에 2만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향후 시세 상승에 대한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J.J 키나한 IG 노스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2만달러 위에 안착하면서부터 단기적으로나마 모멘텀을 얻었다”며 “2만달러가 기술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는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니는 만큼 시세에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주에 열릴 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여전히 큰변수다. 연준 의원들이 피봇에 대한 시그널을 주지 않을 경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도 미 연은 총재들이 “갈 길이 멀다”면서 연준 피봇 가능성을 일축하자 뉴욕증시와 가상자산이 동시에 하락 전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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