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특화된 통장·카드·대출 상품 출시
카뱅 “장기적으로 여신 절반 이상 기업대출로 채울 것”
수신·카드로 차별화했다지만···기존 개인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 고객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기업금융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여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출 상품에만 주력한 것과는 달리 수신상품부터 지급결제까지 개인사업자에게 특화된 ‘풀뱅킹’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인사업자 뱅킹 프레스톡’을 열고 개인사업자 통장과 체크·제휴 신용카드 그리고 대출 등 개인사업자 뱅킹 상품군을 소개했다.
우선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 한도로 대출금리는 최저 연 5.491%(26일 기준)다. 대출 기간은 최소 1년부터 최대 10년(1년 단위 최대 10년까지 연장 가능)으로 상환 방법은 만기일시상환과 원금균등분할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중도상환해약금은 100% 면제한다.
대출 상품 외에도 개인사업자 전용 통장과 개인사업자 체크카드와 제휴 신용카드도 함께 선보였다. 통장은 개인사업자의 금융 비용 절감을 위해이체, ATM 입·출금, 사업에 필요한 증명서 발급 등 각종 수수료를 조건 없이 전부 면제한다. 카드는 주유, 통신, 렌탈, 해외 등 사업 운영에 필수인 업종의 소비 혜택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개인사업자 뱅킹 출시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중 마지막 주자로 기업금융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올해 들어 앞다퉈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기업금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 2월 ‘토스뱅크 사장님 대출’을 출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케이뱅크도 지난 5월 개인사업자 보증서 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내놓으며 개인사업자 대출 포트폴리오를 순수 신용영역까지 다각화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보증부대출, 담보대출 상품도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병수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스튜디오 팀장은 “보증부대출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담보대출도 최대한 빠르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자산 성장 목표에 대해서 이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전체 여신의 절반 이상을 기업대출로 채우는 것이 목표”라며 “단기적으로는 전체 여신 연간 성장의 30~50% 정도를 기업대출로 채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일찍이 진출한 영역에서 카카오뱅크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상품 외에도 개인사업자 통장, 체크·제휴 신용카드 등 금융상품 전반을 개인사업자에 맞춘 ‘풀뱅킹’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대출은 은행의 관점에서 빠르게 자산성장을 하기 위한 좋은 상품이지만 ‘대출 상품만으로 사업자들이 은행을 경험하며 겪는 모든 과정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개인사업자만을 온전히 바라보고 뱅킹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모든 은행 중에서 가장 빠른 접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신상품과 카드 상품을 함께 출시하며 차별화를 했다기에는 기존 개인 고객 상품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상품 외에 수신상품도 같이 내놓았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특별한 점이 없다”며 “서류 제출 없이 빠르고 편리하게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을 개인사업자 통장의 강점으로 제시했는데 개인통장도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비대면으로 손쉽게 개설할 수 있으며, 이체나 ATM 입출금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 역시 개인통장에 이미 적용되는 혜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크카드 상품도 사업 업종에 대한 할인 비율은 비교적 높지만 캐시백 한도가 정해져 있다 보니 기대처럼 크게 파격적인 혜택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출에 있어서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 역시 눈에 띄는 강점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최저 5.491%다. 반면 경쟁사인 케이뱅크는 최저 금리가 5.36%로 더 낮다. 한도는 카카오뱅크과 마찬가지로 최대 1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대출 편의성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편의성만으로 고객의 수요를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며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출의 한도와 금리인데 기업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량적인 부분에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