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움직임에 ‘요지부동’ KT&G 주가 상승 흐름
주주가치 제고책 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 반영된 영향
“기대 못 미치는 성과 시엔 주가에 부정적” 의견도 나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시 침체 속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추가적인 지분 확보 가능성이 잠재된 데다 경영진으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책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가 쌓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호재로 인식되고 있는 양상이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담배 제조 기업인 KT&G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86% 오른 9만3600원에 마감하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롭게 썼다. 전날에는 3.8%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KT&G의 주가 변동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상승폭이었다. 실제 KT&G 주가가 3%대 상승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KT&G 주가가 이처럼 크게 상승한 배경에는 주주 행동주의와 관련이 깊다. 싱가포르 사모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KT&G에 주주제안서를 보낸 것이 전날 알려졌다. FCP는 칼라일코리아를 이끌던 이상현 대표가 만든 신생 사모펀드로 투자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내 성과를 거두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FCP는 KT&G에 ▲궐련형 전자담배(HNB) ‘릴’의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위한 로드맵 수립 ▲한국인삼공사 인적 분할 후 분리 상장 ▲2조원 가량의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을 활용한 주주환원 정책 확대 ▲행동으로 보여주는 ESG 등을 제안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FCP가 KT&G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FCP의 추가적인 지분 확보 가능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FCP가 KT&G의 지분을 1%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보다 주주행동주의가 힘을 받기 위해선 추가적인 지분 매입 시나리오도 가능한 까닭이다. KT&G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반기 보고서 기준 7.5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주가에 단기적인 호재가 되는 모습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풍문에 단기간에 30% 넘게 주가가 뛰기도 했다. BYC는 지난해 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행동주의 움직임이 주가를 상승시킨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스포스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주가가 장중 5%가량 상승했는데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스타보드밸류가 세일스포스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영향을 미쳤었다. 웹개발 플랫폼 기업 윅스닷컴도 지난달 20일 15.7% 급등했는데 이 역시 스타보드밸류의 지분 확보 이슈가 단초가 됐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더 높아진 상황으로 평가된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소액주주들과 함께 에스엠의 지배구조를 일부 바꾸는데 성공하면서 주가가 최근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서는 디즈니가 글로벌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의 요구대로 디지털 전문가를 이사회 멤버로 선임한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나왔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매번 주가 상승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그것을 행동주의 펀드가 긁어주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행동주의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거나 기대감이 떨어질 경우 되레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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