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광진·노원·도봉·동작·동대문 등 5곳 차지
실적 악화 우려 속 돌파구 찾기···기관 영업 강화 의지 주효
선택과 집중 전략, 평가기준 분석 및 구별 다양한 사업 기여 방안 고심
"내부적으로 기관 영업 강화 명분 커 지원 탄탄···시너지 효과 기대"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 최종 선정 결과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 최종 선정 결과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서울시 구금고 선정을 두고 국내 시중은행 간 치열했던 쟁탈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은평구와 구로구를 시작으로 총 25개 자치구금고 선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KB국민은행이 기존 강호였던 우리은행이 차지했던 지역을 여러 곳 확보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한편 우리은행은 용산을 신한은행으로부터 확보하면서 과반을 유지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입찰이 결정된 광진구와 동대문구 금고 운영권은 모두 KB국민은행이 차지했다. 이번에 선정된 은행들은 내년부터 4년 간 구금고를 운영하게 된다. 

서울시 구금고 연간 운용 자금은 약 16조원에 육박한다. 구금고은행이 되면 각 자치구 유휴 자금을 보관하고 유가증권 출납·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등의 업무를 맡는다. 현재 각 자치구별로 1금고를 한 곳씩 운영하고 있고 강서·양천·강남·서초·용산·노원구 등 6개구는 2금고까지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 구금고 쟁탈전은 KB국민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운영 중인 광진구, 노원구 수성은 물론 기존 우리은행이 담당했던 도봉구와 동작구, 동대문구 금고를 확보하며 총 5개 금고 운영권을 획득했다. 기존 2개에 불과했던 구금고를 두 배 이상 늘리면서 기관 유치 부문을 경쟁 체제로 재편했다.

그 동안 서울시 자치구 금고는 우리은행의 텃밭이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개구에서 1금고 18개 2금고 4개 등 총 22개 구금고를 운영했다. 경쟁사인 신한은행(1금고 5개·2금고 1개)과 국민은행(1금고 2개·2금고 1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은평구와 구로구는 우리은행이 맡고 있던 구금고 운영을 신한은행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8년 서울시 1금고를 유치한 후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대규모 투자로 안정적인 금고 운영능력을 인정받은 신한은행은 이번에 자치구 금고 15개 이상 확보를 목표로 전략 지역까지 설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신한은행은 처음 2연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듯 했지만 중반에 12년간 지켜냈던 용산구 금고 자리를 우리은행에 내주면서 빛을 바랬다. 최종적으로 1개 자치구만 더 운영하게 됐다. 최종 구금고 선정 결과를 놓고 신한은행보다 KB국민은행의 선전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 약진의 배경으로 기관 영업 강화 의지가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그 동안 KB국민은행은 소매금융 부문 강자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정기 예·적금 금리 경쟁으로 저원가성 자금이 이탈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KB국민은행은 기관 고객 유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지난 1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식에서 "모든 사업 분야를 선도하며 금융 플랫폼 대전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효과적인 입찰을 위해 KB국민은행이 취했던 방식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2곳만 선별해 참여했다. 각 자치구별 맞춤형 전략을 펼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현장과 본부부서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을 통해 각 자치구별로 실시하는 다양한 정책에 대해 파악했다. 평가기준에 대한 분석과 함께 각 자치구의 다양한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 제안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관 영업 강화 명분이 컸고 지원도 탄탄했다"며 "금고 유치에 대한 영업 현장의 강한 의지와 적극적 마케팅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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