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문체부 음악저작권료 징수규정 위법사항 없어”···청구 모두 기각
웨이브, 티빙, 왓챠 등 3사 제기 행정소송도 유사 결과 전망···OTT업계 ‘당혹’

KT와 LG유플러스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KT와 LG유플러스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 이미지 =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와 LG유플러스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소 제기 후 1년7개월여 만이다. 재판부는 KT와 LG유플러스 청구 취지를 모두 기각했다. 같은 이유로 소송을 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3월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음악저작권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을 선고했다. 

이날 1심 재판부는 “문체부 장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처분에 대해 원고가 주장한 바와 같은 재량권의 일탈·남용, 저작권법 위반, 그 밖의 절차 위반 등 위법 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 OTT 음원 저작권료 오는 2026년까지 1.99%까지 상향 가능 

법정 공방은 2020년 7월 한국음악저작권협의회가 음악저작물 징수규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공고하고 문체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불거졌다. 개정안은 지난해 OTT가 서비스하는 영상물 전송서비스 중 음악저작권 요율을 매출 대비 1.5%로 설정하되, 오는 2026년까지 1.9995%로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 발표 후 KT와 LG유플러스는 이같은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문체부를 상대로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OTT '시즌(seezn)'과 'U+모바일tv'를 운영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문체부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문체부가 합리적 근거 없이 OTT 사업자에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 대비 높은 사용료율을 적용해 형평성에 어긋나고, 저작권법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문체부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웨이브, 티빙, 왓챠 등 OTT 3사가 같은 이유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OTT 업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동환 웨이브 정책부장,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 허승 왓챠 PA 이사 순 / 사진 =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왼쪽부터 노동환 웨이브 정책부장,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 허승 왓챠 PA 이사 순 / 사진 =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앞서 웨이브, 티빙, 왓챠 등 3사는 문체부 개정안 발표 후 이같은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문체부를 상대로 지난 2020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당초 해당 소송의 선고기일은 지난 14일 예정됐지만, 재판부가 오는 12월로 한 차례 연기했다.

◆ OTT압계 “플랫폼 사업자 보호방안 찾아야 할 것”

OTT업계 관계자는 “절차상 문체부 결정에 하자가 없단 판결이 나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개선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같은 상황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음악저작물 사용료가 결정돼야 하는데, 독단으로 승인해도 문제가 없단 판결이 난 것”이라며 “오히려 (KT와 LG유플러스 소송의) 판결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장기적으로는 콘텐츠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콘텐츠 투자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OTT 사업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직접 투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콘텐츠업계 전문가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같은 판결이 나면, 사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징수규정 근거를 확인할 방안이 없어진단 점이 우려스럽다.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콘텐츠 투자의 근원이 되는 플랫폼사업자들의 비즈니스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법정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콘텐츠업계 전문가는 “판결이 났다고 해서 분쟁이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 예측 가능한 형태로 저작권료가 부과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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