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시장 축소 중 전세대출은 성장
연말 IPO 성공 위해 전세대출 확대 '러시'
예금금리도 크게↑···수익성 악화 가능성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본사 전경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시중금리 급등으로 국내 은행들이 전세대출 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케이뱅크도 이 흐름을 따라갈지 관심이 모인다. 케이뱅크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전세대출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연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대출자산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내주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가 최근 예금금리를 많이 올린 만큼 전세대출 금리의 상향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 보증, 신규코픽스 6개월 연동 기준)는 이날 기준 연 4.70∼7.057%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연 4.260∼6.565%)과 비교하면 24일 사이에 하단이 0.44%포인트, 상단이 0.492%포인트 각각 올랐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 금리가 이달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44%포인트 오른 영향이다. 문제는 전세대출 금리가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달 발표될 10월 코픽스는 한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반영해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열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미국의 긴축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시선은 케이뱅크에 쏠린다. 케이뱅크의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는 현재 은행권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 3.61%, 최고 5.1%로, 하단 기준으로 보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신규로 내준 전세대출의 평균 금리도 3.78%로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가장 높았던 우리은행과 비교하면 1.15%포인트 차이가 났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케이뱅크가 금리를 낮게 잡아 전세대출을 제공하는 이유는 올해 말 예정된 IPO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IPO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자본건전성 문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지난해 대규모 증자로 확보한 1조2500억원의 투자금 가운데 약 7250억원 가량을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상장 성공을 위해선 대출자산 확대가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아직도 예·적금 규모 대비 대출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수신 규모는 약 12조이지만 총여신은 8조7000억원 가량에 그쳤다. 케이뱅크가 대출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가계대출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야 한다. 케이뱅크는 사실상 가계대출이 전체 사업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이에 전세대출은 케이뱅크가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전체 가계대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계속 늘고 있는 부분이 전세대출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은행권의 월별 가계대출 잔액은 총 다섯 달(1·2·3·7·9월)에 감소를 기록했다. 그간 케이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이 주력 시장으로 삼았던 신용대출(기타대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전세대출은 아홉 달 모두 증가했다. 

일각에선 케이뱅크는 최근 예금금리를 크게 올렸기에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 케이뱅크는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의 금리를 1.1%포인트 대폭 올려 연 4.6%로 인상했다. 더불어 케이뱅크는 지난달 수시입출금 통장인 ‘플러스박스’ 금리도 연 2.3%로 올렸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달 케이뱅크의 가계대출 부문의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는 2.46%포인트로 직전 월(3.13%포인트) 대비 0.67%포인트 대폭 줄었다.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그간 전세대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고객들에게 공급했다”라며 “수익성 관리가 잘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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