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골프 반짝 인기···MZ세대들 골프 취미서 이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MZ세대들로부터 반짝 특수를 입었던 골프 인기가 사그라지고 있다. 골프채 품귀현상을 빚었던 인기 모델은 중고 거래 시장에 쏟아지고 있고,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영골퍼들의 골프웨어도 정가 절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2019년 470만명에서 지난해 564만명으로 늘었다. 이 중 2030세대 비중은 약 22%로, 특히 여성들이 골프웨어를 입고 잔디를 배경으로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메이필드호텔 서울 실외 골프연습장. /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메이필드호텔 서울 실외 골프연습장. /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다만 최근에는 MZ세대들 사이에서 골프 열풍이 꺾이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해외 여행길이 열리고 골프 대신 테니스로 눈길을 돌리거나 소비 지출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골프 레슨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골프채부터 골프웨어, 라운딩 비용 등이 비싸다는 점도 MZ세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써 골프채와 골프웨어 등 골프용품들이 중고거래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골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올 상반기 골프채 매물 거래액도 전년 대비 171% 늘었다.

골프를 배우는데 비용 부담이 컸던 MZ세대들은 “취미로 즐기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연습장 레슨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골프채부터 골프웨어까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골프 실력을 키우려면 필드에 나가야하는데 그 비용을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골프웨어 판매율도 떨어지는 추세다.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에 따르면 지난 9월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매출 신장률이 45~60%에 달했던 것을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론칭한 캘빈클라인(CK) 골프는 갤러리아 광교와 AK플라자 분당점 등에서 철수하고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일부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골프공으로 유명한 스릭슨의 골프웨어도 지난 8월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업계에서는 골프 시장 포화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골프복이 패션화되는 경향이 나오는 한편, 골프를 중단해 관련 제품을 처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기 떄문이다.

특히 피엑스지(PXG), 지포어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는 인기를 끄는 반면 중저가 골프웨어 전문 업체들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루이까스텔을 운영하는 브이엘엔코는 지난해 매출(1274억원)이 전년 대비 5%가량 줄고, 영업손실은 1년 새 93억원에서 31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슈페리어는 매출(679억원)이 5%가량 줄고, 영업손실이 80억원에서 94억원으로 커졌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MZ세대들이 골프에 유독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골프와 거리를 두려는 일부 MZ세대들이 생기면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향후 경쟁력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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