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골칫거리 '이차역마진' 심화 우려
금리리스크가 큰 점도 부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푸본현대생명이 4.0%의 확정이율을 적용한 5년 만기 일시납 상품을 출시하더니 한 달 뒤에 한화생명이 4.0%를 적용한 저축보험을 선보였다. 이달 초엔 한화생명은 저축보험의 이율을 0.5%포인트 더 올렸다. 흥국·동양·ABL생명 등도 확정이율 5.0%를 적용한 저축성보험 출시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판매성적도 좋다. 푸본현대생명은 출시 후 3영업일 만에 5000억원을 완판했다. 

그간 생보사들의 행보와 상반된 현상이다. 생보사들은 내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상품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IFRS17 아래선 저축성상품을 통해 거두는 보험료 가운데 대부분이 수익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이 단기간 실적을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저축성보험의 매력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생보사들은 보장성상품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저축성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이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생보사들이 저축성상품 판매에 다시 열을 올리는 이유는 10년 전에 판매한 10년짜리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자금을 다시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만기 후 다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만큼 보험사는 자산운용을 위한 자금이 줄어든다. 여기에 최근 고금리를 보장하는 예금에 대한 관심이 저축성보험으로도 이어지면서 생보사들은 잇달아 상품 출시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높은 금리를 확정하는 상품이란 점이 개운치 않다. 생보사들이 오랜 기간 괴롭혀온 ‘이차역마진’ 문제를 초래한 주된 요인이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차역마진은 보험사들이 자산을 운용해 얻는 수익률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 적용되는 이율이 낮아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을 대거 판매한 생보사들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낮은 투자수익률을 거둬 어려움을 겪었다. 

생보사들은 최근 시중금리가 크게 올라 4%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상품을 판매해도 이차역마진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생보사 간 이율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확정이율이 4% 중반을 넘어가면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을 통해 이 정도 수익률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전문가들은 보장한 이율보다 보험사들이 0.2~0.5%포인트 정도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거둬야 손실을 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확정이율 4.5%이면 4.7%를 넘는 투자수익율을 거둬야한다는 이야기다. 

올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국채 이외 투자할 영역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일반 회사채의 경우 최근 위험성이 커졌고, 보험사 입장에서 회사채는 만기가 짧기에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투자할만한 국채도 이번 저축성상품과 만기가 같은 5년물 금리가 4.3%정도이기에 국채만으로도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10년물 금리도 4.3% 수준이다. 

더구나 확정형 저축성상품은 금리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시중금리가 크게 내려도 약속한 금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위험액이 늘어나 자본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새 제도가 도입되면 자본건전성 기준이 더 강화되기 때문에 확정형 저축성상품 판매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험사들에게 최근 금리 상승세는 호재다.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상품은 보험료를 한 번에 크게 모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판매해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도 또 이를 활용하는 점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부실한 재무구조로 시장과 당국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더 꼼꼼한 자금 운용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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