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이행법 개정 이후 첫 고발···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실명공개에도 '미지급'
시민단체 “제재조치에도 양육비 이행률 7.9%, 형사처벌이 실효적 수단 돼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제제조치 이후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아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계속해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들에 대한 형사고발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이뤄진 첫 사례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는 19일 고의로 수년 동안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 2명을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단체에 따르면 피고발인 A씨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 약 1억2000만원을 전 배우자에게 주지 않았다. A씨는 운전면허 정지와 출국금지, 신상정보 공개 등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계속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8월 법원에서 감치명령을 받아 10일간 감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밀린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피고발인 B씨는 지난 2018년부터 총 4700만원의 양육비를 전 배우자에게 주지 않았다. 피해자는 법원에 B씨에 대한 감치재판을 신청했으나 폐문부재와 수취인불명을 이유로 감치재판기일 통지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법원이 감치명령을 결정했음에도 B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감치가 결국 집행되지 못했다. 피해자는 B씨가 강남구에 거주하며 고가 차량을 몰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찰서에 감치집행을 요구했지만, 경찰서 관할 문제로 감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강제했다. 감치명령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명단공개 등 제재조치 이후에도 계속해 양육비를 미지급할 경우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들을 ‘악성 채무자’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 1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 현황’을 보면 지난 1년간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실명 공개 등 제재조치 처분을 받은 건수는 178건이다. 이 중 전액 또는 일부 금액이 지급 이행된 건수는 14건(7.9%)에 불과했다. 154만 한부모 가정의 80.7%가 양육비 미지급 가정이고,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피해 아동 수를 고려할 때 제재 조치를 통한 양육비 지급율은 매우 낮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아동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의 취지로 이번 고발에 참여한 민승현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다양한 제도적 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그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며 “아동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라도 형사처벌이 실효적인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피해자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지급제’를 약속한 바 있다. 양육비 누적 이행률이 2020년 기준 36.1%에 불과하고 운전면허정지, 신상공개, 출국금지라는 제재조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인수위는 국정과제 2차 선정안에 ‘고의적 양육비 채무자의 양육비 정부 선지급’ 내용을 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