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제약·바이오로직스 모두 적자···업체 “바이오 시장 진출 의미, 미국·유럽에서 허가 추진”
업계 “에이프로젠, 지배력 강화 후 매각 추진” 예상···내달 주총 이후 움직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김정출 에이프로젠제약 대표가 올 상반기 매출 성장과 영업적자를 경험했다. 최근 바이오 의약품을 제조하는 관계사와 합병을 선언한 에이프로젠제약이 향후 적자에서 탈출할 지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에이프로젠제약 최고 경영진은 김정출 대표이사 사장이다. 1956년생 김정출 대표는 국세청 공무원 출신이다. 청계제약 대표이사와 슈넬생명과학 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와 에이프로젠메디신 사내이사, 에이프로젠H&G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에이프로젠제약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9년 509억원, 2020년 533억원, 2021년 565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어 올 상반기 321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16.9%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20억원, 2020년 –26억원, 2021년 –38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19억원을 보여 적자가 지속됐다.
에이프로젠제약 경영이슈는 최근 발표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와 합병이다. 이번 합병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에이프로젠제약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9일이다.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11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에이프로젠제약이 적자 상태인데 합병 예정인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9년 108억원, 2020년 145억원, 2021년 201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250억원, 2020년 –347억원, 2021년 –557억원을 기록했다. 즉 지난해 기준, 38억원 적자 규모의 제약사가 557억원 적자의 바이오 관계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같은 두 회사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올려 영업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64억원으로 자본전액잠식(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라며 “일단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합병 취지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에이프로젠제약은 이번 합병으로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는 점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바이오 의약품 판권 보유에서 벗어나 (합병으로) 바이오약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모회사인 에이프로젠이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합성의약품을 제조하는 에이프로젠제약 화성공장과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송공장은 현재로선 합병 후 동시 생산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합병 후 국내외 바이오 업체를 상대로 CMO(위탁생산), CDMO(위탁개발생산) 등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충북 오송에 연간 3000kg 이상 항체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에이프로젠제약 주요품목은 중추신경계용약 ‘글리콜린연질캡슐’과 기타대사성용제 ‘글루타티온’, 혈압강하제 ‘엑사디핀정’, 동맥경화용제 ‘로젯탐정’, ‘라토바정’ 등이다. 하지만 5개 품목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 14.5%로 집계돼 대형제품 없이 많은 품목군이 소량 매출을 올리는 구조로 분석된다.
이같은 사업 전망과 별도로 이번 합병을 결국 매각으로 가는 수순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업계에 적지 않은 분위기다. 에이프로젠제약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모회사인 에이프로젠이 최근 1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것이 이같은 관측의 근거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에이프로젠제약이 최대주주 에이프로젠에 5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최근 공시와 합병 후 통합법인에 대한 에이프로젠의 지배력 강화 전망 등 일련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결국 매각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비상장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상장사로 탈바꿈하는데 자금 확보 단계를 거쳐 매각 추진으로 이어진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며 “에이프로젠그룹 계열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합병과 매각, 사명 변경 등을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이같은 업계 관측에 대해 에이프로젠제약 관계자는 “들은 내용이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바이오 관계사와 합병을 선언한 에이프로젠제약은 향후에도 매각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와 시장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합병이 이론적으로는 경영실적 증대, 시너지효과 등에 집중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각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 주총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체크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