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감소에 추가 충당금 발생 우려’···목표가 내린 보고서 다수
주가 하락세 속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대했던 투자자 혼란 가중
이익 체력 견고하고 신차 출시 호재 나왔다는 점에서 영향 제한적 주장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며 현대차와 기아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총 2조9000억원 규모 충당금 이슈가 발생하면서 실적 하락이 예고된 까닭이다. 증권사들은 실적 감소와 신뢰 저하 우려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이익 체력이 견고하고 신차 출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악재가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충당금 이슈···“실적 저하 불가피”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현대차와 기아의 목표주가를 내리는 증권사 전망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업황 회복과 환율 효과로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주류를 이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변화다.
실제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10% 낮췄고 기아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20% 내렸다. 하나증권 역시 현대차 목표주가를 기존 24만5000원에서 22만5000원, 기아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현대차증권도 현대차(30만원→26만원)와 기아(13만원→11만원)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전망 수정은 현대차그룹의 품질비용 반영과 관련이 깊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날 공시를 통해 각각 약 1조3600억원, 1조540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품질비용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타 GDi 엔진’ 교체율 증가로 인해 발생할 비용을 선제적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조1306억원, 2조322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실적이 나왔다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용 반영으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대폭 줄어들게 됐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조9000억원, 83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평가했다.
일각에선 신뢰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엔진 관련 대규모 비용 설정 이슈가 이번뿐만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3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 비용 처리 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2015년부터 매년 관련 이슈가 발생했는데 2020년을 포함한 누적 금액은 현대차 3조3000억원, 기아 2조원에 이른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충당금 이슈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와 기아차는 2019년에 발생한 미국의 엔진화재 집단 소송에서 특정 기간(2011~2019년)에 생산된 차종에 엔진 평생보증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신영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품질 비용 추가 적립에 평생보증 대상인 2019년 생산 차량이 미포함됐고 품질 비용 주요 가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내년 엔진 품질 비용 재발 우려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 가파른 반등 기대한 투자자 실망···“주가 영향 제한적” 전망도 나와
사상 최대 실적에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뜻밖의 상황을 맞게 됐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20일 장중 20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이달 17일 16만4000원까지 하락했다. 예고된 3분기 호실적에 가파른 반등을 기대했지만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이다. 기아 역시 지난달 8만2000원대에서 이달 들어 6만6000원대까지 내린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충당금 이슈가 주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막대한 충당금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입증했다”며 “리콜 대상 차종의 엔진 교체율이 60%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추가 충당금액이 발생하더라도 금액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트렌드가 전기차로 전환 중이라는 측면에서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차 출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악재를 짧게 만드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이날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의 완전 변경 모델인 ‘디 올 뉴 그랜저’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그랜저는 현대차 승용 라인업 가운데 수년째 내수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효자 차종으로 이번 신형 그랜저에 계약을 걸어둔 소비자만 8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주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날 대비 1.19% 하락한 16만6000원에 장을 시작했지만 이후 반전하며 장중 2.68%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기아도 1.59% 내린 6만8000원에 장을 출발해 한 때 2.17%까지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