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 평택 제빵공장서 두 차례 사고 발생
고용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SPC그룹 계열사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사망했다. 해당 공장은 일주일 전에도 유사한 사례인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SPC그룹을 향한 안전불감증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경찰은 해당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한지 수사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동료 직원과 2인 1조로 일하다 혼자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고,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평소에도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인 1조여도 동료가 다른 공간에 있는 재료를 교반기로 옮겨오는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시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사측이 직원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고, 한 달치 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명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공장은 지난주에도 하청업체 직원 B씨가 기계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했던 곳이다. 또 SPL 평택 제빵공장 사업장은 산업안전 관련 인증을 받은 현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SPC는 B씨가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며 바로 병원에 이송하지 않았다. 특히 사고 라인에 근무한 근로자들을 30분 동안 질책하기도 했다. 아울러 동료가 사망했음에도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리고 공장을 지속 가동했다는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SPL은 파리크라상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PL에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5년 9개월 동안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 37건 가운데 이번과 같은 끼임 사고는 15건(4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PL 공장에서는 파리바게뜨와 같은 SPC 계열사에서 사용하는 휴면반죽 등을 공급한다. 해당 공장은 약 1300명이 근무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50명 이상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대해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돌입했다. 고용부는 현장 감시 체계 및 안전사고 방지 설비 유무 등을 중점으로 살필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철저한 원인조사와 함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 처리해나가겠다”면서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등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SPL 사고 외에도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안전불감증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근무자가 공장 외부 팔레트 자동공급기에 몸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아울렛 대전점에서 지하 주차장 화재로 하청업체 노동자 등 7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로써 업계에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사고들은 사측의 안전불감증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계열사 직원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냈다. SPC가 사과문을 낸 것은 사고 발생 후 이틀 만이다.
허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작업 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