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하락·금리 인상에 빚 낸 개인투자자들 부담 가중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10% 돌파···연체금리도 12% 안팎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주가가 연일 급락하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금리까지 오르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올 들어 다섯 번째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연 3%대에 진입했다.
이에 증권사들도 주식 투자자들에게 저리로 제공해 온 신용융자 금리를 최고 10%대, 연체 금리는 12% 안팎까지 올렸다. 고금리 후폭풍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을 본격적으로 덮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증권은 일반 투자자 대상 90일 초과 신용융자 금리를 10.50%로 올리고, 31∼90일 신용융자 금리도 9.90%를 적용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주식을 담보로 151∼180일 융자를 얻은 투자자들에게 적용하는 금리를 10.3%로 제시했다.
국내 대형 10대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금리를 최대 9.9%까지 끌어올려 놓고, 추가 인상 여부를 논의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5일부터 신용융자 금리를 최저 4.9%(1∼7일 기준), 최고 9.0%(61일 이상 QV 기준)와 9.9%(61일 이상 모바일 기준)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추가 인상 여부도 검토 중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8월 이미 신용거래 융자 금리를 최저 4.90%(7일)~최고 9.80%(90일 초과)까지 인상한 데 이어 역시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1일 신용융자(일반형) 최고 금리를 9.50%로 0.50%포인트 인상한 후 내달 1일 9.80%로 올릴 예정이다. 이는 2020년 10월 최고 8.7%와 비교해 1.1%포인트 인상되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91일 초과 신용융자 금리는 종전 연 9.50%에서 지난 4일 연 9.75%로 올랐다.
개인 고객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주식을 담보로 7일 이하 자금을 빌려 쓴 고객에게 금리 7.50%를 적용하고 있다. 90일 초과 융자 금리는 9.50%로 제시했다.
7일 이하 융자 금리는 6.37%, 90일 초과 융자 금리는 9.36%를 각각 적용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현재 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29일부터 다이렉트 고객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연 9.3%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영업점 기준 60일 초과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9.00%로 올렸지만, 아직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융자 연체 이자율은 최대 12% 안팎으로 높아졌다. DB금융투자·교보·유진투자·이베스트·하이투자·상상인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연체 이자율은 최대 12.0% 내외이며 NH투자·현대차·IBK·케이프투자 등 증권사들은 11%대 수준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 급락기의 대표적인 악성 매물이다. 주가 하락으로 외상으로 산 주식이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반대매매될 수 있고, 이에 시장이 매물이 늘어나면 증시에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통화당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증권사 융자 금리는 더 올라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제시한 증권시장 안정펀드 카드가 시행되면 어느 정도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안펀드가 코스피와 코스닥 악성 매물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달 내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하고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