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몰입 요구하는 MMORPG에 피로 느낀 이용자들 유입
네오위즈 ‘고양이과 스프’, 위메이드커넥트 '어비스리움' 등 인기···“개발 비용 부담 적어 인디 게임사도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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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의 ‘고양이과 스프’(왼쪽), 위메이드커넥트의 '어비스리움'(오른쪽 위), 크래프톤의 '캠핑 캣 패밀리'(오른쪽 아래).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경쟁이나 무리한 과금 없이 힐링하는 게임이 뜨고 있다. 누적판매량 2200만장을 넘긴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힐링 게임이다. 힐링 게임은 콘텐츠 개발 비용과 시간도 적게 소요돼 게임사들이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16일 네오위즈에 따르면 다음달 ‘고양이과 스프’가 국내 게임 최초로 넷플릭스에 입점된다. 고양이와 스프는 고양이를 키우기를 원하는 이용자를 위한 방치형 힐링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고양이들이 음식 재료를 준비하며 벌어들인 재화로 의상 아이템을 구매해 고양이를 꾸미거나 가구를 배치할 수 있다. 

고양이과 스프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2700만건을 돌파했다. 조작이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고 동화풍 그림체로 보는 맛을 더해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이용자 구성을 보면 해외 이용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단 점에서 게임사업을 확대하는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위메이드커넥트의 '어비스리움'도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힐링 게임이다. 일본 진출 7년 차를 맞이한 어비스리움은 최근 일본 시장에서 역주행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앱스토어 무료 부문에서 인기 순위 100위권 밖이었던 어비스리움은 지난 7일 3위로 올라섰다. 유명 캐릭터 '미피'와 제휴하는 등 외부 IP와 협업과 힐링 게임의 인기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위메이드커넥트 관계자는 “어비스리움은 일일활성사용자(DAU)가 급증했고 매출 역시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용자 수요에 맞춘 서비스 등 꾸준한 고객 관리가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힐링 게임이 떠오르면서 대형 게임사도 힐링 콘텐츠를 담은 신작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크래프톤 자회사 라이징윙스는 모바일 신작 '캠핑 캣 패밀리'를 선보였다. 캠핑 캣 패밀리는 고양이들과 함께 캠핑장에서 캠프 파이어를 하거나 기타를 연주를 지켜보는 방치형 힐링 모바일 게임이다. 

라이징웡스는 실제 캠핑장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소리까지 배경음악에 넣었다. 이용자들은 버려진 고양이들을 위해 캠핑장을 재건해야 한다. 재화를 사용해 텐트, 캠핑카, 해먹, 테이블, 낚시터 등 캠핑장을 꾸밀 수 있다. 캠핑장 규모가 커질수록 희귀한 동물 손님이 방문하는 요소도 추가했다.

이들 게임의 특징은 이용자가 힘들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와 스프의 경우 고양이들이 스스로 양배추 썰기, 레몬 압착, 벌꿀 채취 등을 하면서 재화를 모으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편하게 구경하면 된다. 캠핑 캣 패밀리 역시 기본 재화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생산된다. 

힐링 게임의 인기는 모바일 분석 업체 센서타워의 자료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을 보면 힐링 게임이 속한 시뮬레이션과 라이프스타일 장르의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9~2020년 시뮬레이션 장르는 63.2% 증가한 8억5100만달러(약 1조218억원)를 기록했다. 미션과 경쟁 등 강한 몰입을 요구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피로를 느낀 이용자들이 여유를 즐기기 위해 힐링 게임을 찾았단 분석이다.

힐링게임에 대한 수요 증가와 동시에 개발이 쉽다는 점에서 다양한 힐링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 백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용과 수 백명의 개발자가 투입되는 MMORPG와 달리 힐링게임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다. 고양이와 스프를 개발한 하이디어의 경우 1인 개발자 회사였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힐링 게임을 찾는 이용자와 게임사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하나의 대세 장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인디 게임사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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