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벤처투자, 전월比 56%↓···올해 처음으로 5000억원 밑으로 하락
500억원 이상 중대형 투자 전무···10억원 미만·비공개 투자 80건 달해
자금난에 생존 방법 찾는 스타트업들···감원·M&A 증가 추세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벤처투자 혹한기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됐다.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규모가 올들어 처음으로 5000억원 아래로 떨어지면서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당분간 벤처투자 시장도 탄력을 잃을 것이란 평가다.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3816억5000만원으로 지난달(8628억원)보다 56% 줄었다. 올들어 스타트업 투자액이 5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달(6285억원)과 비교해도 39% 감소해 벤처투자 혹한기가 현실화됐다.
금액별로 보면 300억원 이상 대형 투자 건수가 급감했다. 300억원 이상 투자는 단 한 건에 불과했고, 100억원 이상 투자 17건, 10억원 이상은 25건, 10억원 미만 및 비공개 투자는 80건에 달했다. 500억원대 이상 중대형 투자가 자취를 감춘 데다, 지난달 비교적 적은 금액의 비공개 투자가 많아지면서 전체 투자액 급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두나무를 비롯해 100억원 이상 투자가 29건이에 달했다.
지난달 가장 높은 금액의 투자를 유치한 곳은 자율주행 라이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다. KB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노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352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같은 투자 한파 속에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M&A)이 늘어나는 추세다.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생존을 위해 기업을 매각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국내 스타트업 M&A는 129건에 달했다. 3분기에 이미 지난 한 해 기록(125건)을 넘어섰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현대차에 4277억원에 인수됐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K콘텐츠 관련 여행지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립을 인수했고, 카카오게임즈는 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유명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7540억원에 사들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감원을 택한 스타트업들도 다수다. 75만명의 회원이 이용했던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은 협력 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 어려움으로 최근 80명의 전 직원의 권고사직을 결정했다.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 스타트업 베스파도 올 6월 직원 105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