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민정 에뛰드·에스쁘아 지분 처분
이니스프리 지분은 남겨···경영 승계 재원으로 사용할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유통 기업들의 정기 임원인사가 진행되자 오너 3세 경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가장 먼저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업계에서는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담당의 경영 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서 담당은 최근 서민정 3사로 불리는 브랜드 중 에뛰드·에스쁘아의 지분율을 처분했지만 이니스프리 지분을 그대로 유지시켜 관심을 받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회사인 로드숍 브랜드 에뛰드와 에스쁘아의 감자를 결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에뛰드, 에스쁘아의 감자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감자로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최근 실적 및 서민정 담당 지분율. / 자료=아모레퍼시픽,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최근 실적 및 서민정 담당 지분율. / 자료=아모레퍼시픽,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번 감자를 위해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은 갖고 있던 에뛰드, 에스쁘아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주식 처분으로 서 담당은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의 2대 주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서 담당은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입사했다. 서 담당은 경기도 오산공장에서 생산 관련 업무를 6개월간 담당한 후 중국으로 유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2019년 본사 뷰티 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 직급으로 복귀했다. 이후 서 담당은 지난해 2월 그룹 전략실을 거쳐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서 담당이 경영권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 지분이나 배당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룹에서는 이들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서 담당은 이니스프리 지분 18.18%는 남겨뒀다. 서 담당의 향후 승계를 대비해 이니스프리 지분을 남겨뒀다는 시선이 많다. 이니스프리는 매출 규모, 기업가치 등이 에뛰드, 에스쁘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주요 계열사 대표로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고 주요 부서 팀장들을 이보다 연령대가 낮은 8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주요 계열사 임원진 세대교체에 나서며 본격 오너 3세 경영체제를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담당의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준비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에서 ‘서민정 3사’라고 불리는 자사 주요 계열사 이니스프리와 에스쁘아 대표 등이 78~79년생으로 교체됐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0년 말 15년차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시 250여명의 중장년 직원이 회사를 떠나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이번에는 40대 젊은 대표 중심으로 전면 배치돼 서민정 체제 구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인사 발표 당시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공고히 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조직개편, 인사를 단행했다”며 “고객 및 시장 환경 중심 체질개선을 이뤄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아모레퍼시픽의 3세 경영체제 전환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경배 회장은 1962년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젊은 편이고, 서 담당도 아직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서민정 3사’는 매출, 영업이익 등이 동반 하락했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론칭 이해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고 에뛰드 역시 3년째 적자 상태다. 에스쁘아도 2020년부터는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영 승계 작업이 이뤄지려면 지분 확보도 중요하지만 경영 능력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단 아모레퍼시픽은 서 담당을 경영에 참여시키며 경영 능력을 키우고 추후 승계 작업에 나설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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